신형주력로켓 H3 발사비 기존 절반
발사 성공률 97%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위성 발사시장서 경쟁력 높여
발사 성공률 97%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위성 발사시장서 경쟁력 높여
세계적 ‘로켓 강국’인 일본이 현재의 주력 로켓을 한층 개량한 신형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온 ‘비싼 가격’ 문제를 개선해 로켓 발사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4월9일 세계 항공우주산업계의 이목은 일본의 항공우주개발 정책을 담당하는 국립 연구기관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에 집중됐다. 작사가 이미 매우 높은 발사 성공률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의 후속 모델인 ‘H3’(가칭)의 주요 성능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작사가 이날 공개한 자료 <신형 주력 로켓의 개발 상황에 대해>를 보면, H3의 길이는 63m, 지름(직경)은 5m이고, 최대 6~7t에 달하는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의 H2A 로켓보다 길이는 10m, 지름은 1m 정도 커졌고, 성능도 1.3~1.5배 정도 개선됐다. 작사는 일본이 자랑하는 주요 군수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아이에이치아이(IHI) 등과 함께 설계를 끝내고 2020년에 실험기 1호, 2021년에는 2호기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 기술은 한 나라가 가진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해야 달성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첨단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90% 이상의 안정적인 확률로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중국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돈을 받고 외국의 위성을 대신 쏘아주는 로켓 발사 시장의 경우 그동안 러시아, 미국, 유럽 등이 3강 체제를 형성해 왔다. 여기에 일본이 H3을 통해 강력한 도전장을 낸 셈이다.
세계가 로켓 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기술이 내포하는 ‘군사적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로켓 발사는 본질적으로 핵탄두 등을 적국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 때문에 북한이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을 통해 인공위성인 광명성 3호를 무사히 궤도에 진입시켰을 때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기초적인 발사 기술을 확보했음을 전세계 앞에서 실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로켓 발사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는 지금까지 이뤄진 31번의 발사에서 30번 성공해 무려 97%의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단 하나 약점이 1회 발사에 100억엔이 소요되는 발사 비용이었다. 그러나 새 로켓이 완성되면 비용을 현재의 절반인 50억엔 정도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평균 비용이 60억엔 정도인 전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H3은 대형 로켓이지만 쏘아 올리는 위성의 무게에 따라 보조 부스터의 수를 조정해 다양한 크기의 위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했다. 그래서 지구 관측이나, 정보 수집용인 2t의 소형 위성은 보조 부스터가 없으며, 6~7t급의 대형 위성엔 4개의 보조 부스터를 장착한다. 오카다 마사시 신형주력로켓프로젝트팀 매니저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위성 발사와 관련된) 유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해외 시장에서) 위성 발사 사업을 잘 수주하게 되길 바란다. 발사 기간 단축과 부품의 개수도 줄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발사 준비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위성 발사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2020년까지 ‘아리안5’의 후속인 ‘아리안6’을 개발할 계획이고,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군사위성 등을 쏘아 올리기 위해 만든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도 ‘발칸’이라는 새로운 로켓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이후 세계 위성 발사 수요는 연간 20~25기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쟁은 치열해지는 중이지만, 한국은 아직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만한 독자적인 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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