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의 구술 기록집 <들리나요: 열두 소녀의 이야기>
한국 정부에서 발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공식 구술집이 시민들의 ‘소셜펀딩’에 힘입어 일본어판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보고회 일본어 번역 협력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5일 자료를 내어 일본군 위안부의 구술 기록집 <들리나요: 열두 소녀의 이야기>의 일본어 번역 완성을 위한 비용 400여만원을 한국 시민들의 소셜펀딩으로 하루 만에 모금을 마쳤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가 발간한 <들리나요>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의 증언을 모은 첫 공식 기록집이다.
일본어판 번역 작업은 발간 1년 만인 2014년 시작됐다. 번역에 나선 이는 재일동포 2세로 그동안 한일협정 문서 공개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이양수(64) 위원회 공동대표였다. 그러나 일본어판이 나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번역 작업은 지난해 6월 마무리됐지만, 지원위의 내부 사정으로 번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감수비’ 등의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회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난 18일 오전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소셜펀딩을 시도했다. 그 결과 하루 만인 지난 19일 오전 11시20분께 목표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모두 285명이 참여했다. 펀딩에 후원금을 낸 정미진씨는 “일본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꼭 들려달라. 이 구술 기록집이 출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지원위 쪽에선 “고국 동포들이 예산 400만원을 모아 응원해준 만큼 번역을 검증할 감수자 등 남은 과제들도 조만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공동대표도 “구술 기록집의 일어판 작업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위안부 증언 문서가 최초로 일본 현지에 배포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일본어판 출간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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