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 야치 내달 중국 파견
‘아베 담화’ 파장 최소화 노력
중·일 사이 한국, 곤경 처할수도
북방영토 위해 대러 외교 재발동
푸틴과 전화통화 “올안 방일 추진”
‘아베 담화’ 파장 최소화 노력
중·일 사이 한국, 곤경 처할수도
북방영토 위해 대러 외교 재발동
푸틴과 전화통화 “올안 방일 추진”
한-일 양국 정상의 수교 50주년 기념식 교차 참석과 외교장관 회담 실현 등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연 일본의 주변국 외교가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8월 중순 공개될 예정인 ‘아베 담화’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에 총리의 핵심 측근을 파견하는가 하면,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의 대화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이 7월 중순께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의원과 회담을 열도록 최종 조정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야치 국장의 방중에 대해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을 맞춰 내는 담화를 둘러싼 총리의 진의를 전달해, 가을 이후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협의를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베 담화가 불러올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야치 국장이 중국 지도부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사전 조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새 담화를 통해 무라야마 담화(1995년) 등 역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역사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주목하고 있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구체적인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일본과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정책에 대한 중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그 때문에 야치 국장은 이번 방중에서 9월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행사에 일본의 참여 등을 협의해 중국의 불만을 달랠 절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회담이 추진되는 야치-양제츠 라인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야경제협력회의(APEC·아펙)를 앞두고 물밑 교섭을 통해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일본의 발빠른 외교 행보는 한국에 적잖은 고민을 안기고 있다.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사전 양해를 얻은 뒤 담화를 발표할 경우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후퇴한 역사 인식을 담은 아베 담화에 느슨하게 대응한다면 국내 반발을 부를 수 있고, 적극적인 대처에 나설 경우 정당한 주장을 하고서도 중·일 사이에서 애매한 외교적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소원해진 대러시아 외교도 다시 발동을 걸고 있다. 아베 총리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30분여에 걸친 전화 통화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연내 방일 실현을 향한 양국간 대화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 일치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통화를 통해 아베 총리는 야치 국장을 7월 초 러시아에 파견하는 것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정세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통신사와의 연례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 등) 모든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그를 위해 회담하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일이 실현되면 일본은 역대 정권의 숙원 사업인 북방영토 교섭을 이어갈 수 있고,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이 짜놓은 봉쇄망을 일본을 통해 뚫게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