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티브이’의 여고생 멘트 날조 장면. 사진 Change.org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특집 프로그램에서
“많아요”로 말했는데 자막에 “싫어요”로 번역
지한파 일본인들 “노골적인 혐한 조장” 비판
“많아요”로 말했는데 자막에 “싫어요”로 번역
지한파 일본인들 “노골적인 혐한 조장” 비판
일본의 민영 방송인 <후지티브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한국 여고생의 인터뷰 발언을 실제와 다르게 자막을 입혀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어를 아는 일본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태를 ‘혐한을 위한 날조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2주 정도 앞둔 지난 5일 산케이신문 계열인 <후지티브이>가 방송한 ‘이케가미 아키라 긴급 스페셜,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모르는 한국의 수수께끼’였다. 이 방송을 진행한 이케가미 아키라(64)는 일본 내에서 영향력과 신뢰도가 매우 높은 시사 해설가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전체 1시간 반 분량으로 제작된 방송의 25분께 등장한다. 방송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한국 여고생은 “(일본은) 문화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외국인이 정말 많이 방문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막에선 “(일본이) 싫어요. 왜냐면 한국에 고통을 줬지 않았나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전체 1시간 반 정도 분량으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보는 시각이 너무 편향적이어서 방송 직후부터 재일동포들이나 지한파 일본인들로부터 ‘혐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특히 이케가미는 한국의 독립 과정에 대해 “스스로 싸워 국가를 만든 게 아니라 일본이 전쟁에 패해 한반도에서 물러난 뒤에 국가를 만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선반에서 떡이 떨어지듯(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듯 자력이 아닌 운에 의해 어떤 것을 이뤘다는 의미) 국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후지티브이> 본사, 서울지국, 해당 방송의 제작 협력사 등에까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오늘 중엔 답변이 어렵다”는 답변에 그쳤다.
28일 이 소동을 소개한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은 온라인 서명 사이트인 ‘Change.org’에서 ‘이 이상의 날조는 멈춰주세요’라는 캠페인이 시작돼 많은 일본인들이 <후지티브이>를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시민들은 “미디어의 영향은 크기 때문에 보도 내용에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날조에 의해 특정 국가나 민족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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