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별동대’격 자민 연구모임에서
당, 발언한 의원 3명 ‘엄중 주의’
아베 “함부로 사죄 못해” 버티기
당, 발언한 의원 3명 ‘엄중 주의’
아베 “함부로 사죄 못해” 버티기
“매우 경솔한 논의였다. 오키나와에 대한 사죄를 포함해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28일 오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아침 토론 프로그램인 ‘일요토론’에 출연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의 얼굴은 시종일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이날 이어진 야당의 맹공에 유감의 뜻만 밝히며 엎드리는 자세를 연출했다. 지난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 자민당 의원들이 당 본부에서 열린 ‘문화예술간담회’라는 연구 모임에서 비상식적인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위헌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아베 정권에게는 정권을 흔들 ‘대형 악재’이다.
일부 자민당 의원들은 그 모임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국민 지지 부족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며 광고 등으로 길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니시 히데오(68) 의원은 “언론을 응징하는 데는 광고수입을 없애는 게 최고다.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이 움직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사로 초대된 극우 작가 햐쿠타 나오키는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문제에 대해 아베 정권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2개의 신문사는 절대 쓰러뜨려야 한다. 오키나와의 어딘가의 섬이 중국에 빼앗겨야 눈을 뜰 것이다. 미군의 성폭행 범죄보다 오키나와인 자신의 성범죄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다. 아베 정권의 주요 인사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장관,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알려진 하기우다 고이치 당 총재 특별보좌 등 37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강사인 햐쿠타는 2013년 12월 아베 총리와 <일본이여, 세계의 중심에서 자랑스럽게 꽃피워라>라는 책을 공저한 사상적 동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월 총재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 측근들의 ‘별동대’라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6일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사실이 전해진 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사죄할 수 없다”며 일단 버티기에 나섰다. 그러나 자민당은 27일 이 모임을 주재한 기하라 미노루(45) 당 청년국장에게 직위정지 1년, 문제의 발언을 한 오니시 등 3명의 의원에겐 엄중주의 처분을 내렸다. <도쿄신문>은 “안보 법제 심의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쉽게 수습될지는 의문이다. 후쿠야마 데쓰로 민주당 간사장 대리는 “코멘트를 하는 것도 싫을 만큼 부끄럽다. 아베 총리는 사죄도 하지 않았다. 자민당의 체질이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공세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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