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 작가인 햐쿠타 나오키(59)가 ‘오키나와의 2개 신문사는 꼭 쓰러뜨려야 한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해 “당시는 농담이었지만, 이젠 진심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언론 탄압 관련 발언으로 ‘엄중 주의’ 처벌을 받은 자민당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려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오사카부 이즈미오쓰시의 한 강연에 강사로 나선 햐쿠타가 문제가 된 자신의 25일 오키나와 관련 발언에 대해 “당시는 농담조였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분간은 이 두 개 신문과 창을 맞대야 한다(싸워야 한다는 의미)”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가 입에 올린 오키나와의 2개 신문이란 후텐마 미군 기지의 헤노코 이전 문제 등을 두고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류큐신보>와 <오키나와 타임스>를 말한다. 1879년 일본에 병합된 오키나와는 오랜 차별을 겪어 온 탓에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세가 매우 강하다.
햐쿠타는 자신의 언론 탄압 주장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되자 이날 밤 트위터에 “<요미우리신문> 기자가 ‘정말이냐’고 물어와, ‘당연히 농담이지’라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해 비판의 날을 감추지 않고 있는 <아사히신문> 등 진보 계열의 신문에 대해선 “일제히 햐쿠타 공격! 그야말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라고 비야냥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부적절한 언론관을 반성하는 대신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을 정당화한 셈이다.
햐쿠타의 이런 모습은 아베 총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본 극우의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햐쿠타는 자살공격대인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한 <영원의 제로>라는 소설로 500만부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아베 총리의 ‘사상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난징대학살은 없었다” “위안부는 거짓말” “일교조(한국의 전교조)는 일본의 암” 등의 터무니 없는 발언을 일삼다가, 아베 총리가 임명했던 <엔에이치케이>(NHK) 경영위원직에서 지난 2월 물러난 바 있다.
말을 안 듣는 언론을 응징하려면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에 해당)이 움직여야 한다”는 노골적인 언론 탄압 발언으로 ‘엄중 주의’ 처분을 받은 오니시 히데오(68) 의원도 28일 자신의 누리집에서 “제 발언이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이것에 지지 말고 할 말은 해달라’는 격려의 말을 받았다”며 발언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29일 “아베 총리의 둔감한 자세가 최대 문제다. 아베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응과 발언을 하는지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표현과 보도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권이 국민의 여론을 무시해가며 군사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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