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야마 심의관 강연서 밝혀
9월 뉴욕 유엔 총회 등 언급
한·중 반응 떠보기인 듯
9월 뉴욕 유엔 총회 등 언급
한·중 반응 떠보기인 듯
일본 외무성의 고위 당국자가 9월께 한-일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양국간 외교 일정의 가능성을 일부러 흘려, 한국과 일본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 심의관은 29일 도쿄의 한 강연회에서 양국의 정권 교체 이후 한번도 실현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의 정상회담에 대해 “다음달이나 다다음달의 개최는 어렵겠지만, 가을 초입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혹시 개최된다면, 그 기회에 일-한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고, 올해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그 기회에 일-한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30일치 신문에서 스기야마 심의관의 이 발언을 소개하며 “이르면 9월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스기야마 심의관의 이 발언은 매우 교묘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양국간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한-중-일 3국간 정상회의의 개최와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8월에 공개되는 ‘아베 담화’의 내용을 봐가며 3국간 정상회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인 ‘아베 담화’를 쏙 빼놓은 채 양국 사이의 가장 중요한 외교 일정의 가능성을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해가며 상대의 반응을 떠보고 있는 셈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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