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외교·안보 가정교사’ 기타오카
8월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에 결국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오와비)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아베 담화에 실릴 내용을 검토하는 전문가 회의인 ‘21세기구상간담회’(이하 간담회)의 좌장대리를 맡았던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총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의 ‘프리미엄 뉴스’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다. (결국) 침략과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인데, 왜 이런 과오를 저질렀는지 솔직히 반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31년 일본 관동군이 만주를 점령하고 괴뢰국인 만주국을 건설한) 만주사변은 자위(를 위한 전쟁)가 아니었고, 어떻게 생각해도 침략이었다. 또 (일본이 한반도와 대만에서 시행한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선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식민지배가 있었다는 것과 (선의로 했다는 것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전체적으로 나쁜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 가정교사’라고 불리는 기타오카는 아베 담화에 담길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간담회의 좌장대리로서 관련 논의를 주도해왔다. 그는 자신의 보수적인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좀처럼 입에 담으려 하지 않은 ‘침략’에 대해선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바 있다. 간담회는 지난달 25일 6번째 회의를 마치고 이달 하순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아베 담화의 최종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타오카는 한국과 중국 등이 주목하고 있는 ‘사죄’란 표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인은 대부분 전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반중·반한 감정을 높이게 된다. 일방적으로 사죄를 계속하는 것에는 반대”라고 말했다. 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무라야마 담화(1995)와 고이즈미(2005) 담화의 핵심 표현이 아베 담화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억측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전체적으로 계승하면 된다”고 말해, 그런 문구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