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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폐원자로 해체’ 쩔쩔 매는 일본…원자로 더 짓겠다는 한국에 경종

등록 2015-07-30 20:08수정 2015-07-31 10:11

15년째 폐로 작업 중인 일본 도카이무라 발전소의 고체폐기물저장고의 모습. 일본원자력발전은 이곳에 두개의 대형 저장고(7만3000t)를 두고 있지만 폐기물이 늘면서 저장 장소가 부족해 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시설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진 길윤형 특파원
15년째 폐로 작업 중인 일본 도카이무라 발전소의 고체폐기물저장고의 모습. 일본원자력발전은 이곳에 두개의 대형 저장고(7만3000t)를 두고 있지만 폐기물이 늘면서 저장 장소가 부족해 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시설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진 길윤형 특파원
일본 첫 원전 폐로 현장을 가다
원자로 해체 손도 못댄 ‘도카이 17년’
“이게 열교환기입니다. 높이가 무려 25m입니다.” 일본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 해체(폐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바라키현 도카이발전소. 29일 오후 현장을 안내한 일본원자력발전의 핫토리 마사쓰구 매니저가 눈앞의 거대 철제 원통을 가리켰다. 그의 설명대로 현장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아 좁다란 건물의 계단을 올라 5층에까지 다다랐지만 열교환기는 여전히 끝을 보여주지 않고 건물 위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1966년 완공된 원전인 탓에 시설이 매우 낡아 건물 곳곳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핫토리 매니저는 “열교환기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발전계통으로 전달하는 장치”라며 “보다시피 둘레가 6.25m, 무게는 750t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일본원자력발전은 전체 4기인 이 원전의 열교환기 가운데 2호기에 대한 철거를 마치고 남은 3기의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옆칸으로 이동해 보니 애초 2호기가 있었던 장소는 텅 비어 있었다.

일본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였던 도카이발전소 1호기(흑연감속로·출력 16만6000㎾)가 운전을 끝낸 것은 17년 전인 1998년 3월이다. 이후 일본원자력발전은 2년에 걸쳐 ‘사용후 핵연료’를 밖으로 방출하는 작업을 마친 뒤 2001년부터 폐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15년 동안 작업은 얼마나 진척됐을까. <한겨레>의 현장 취재 결과, 발전소는 폐로 작업의 핵심 난관인 ‘원자로 구역’의 철거 공법과 이때 발생하는 대량의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 등 난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까지 폐로를 완료한다는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해 보였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값싼 에너지’라고 선전되어온 원전이 2011년 ‘후쿠시마의 비극’에 이어 ‘폐로’라는 이중의 난제를 일본 사회에 던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뒤늦게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이기도 하다. 도카이무라의 폐로 공정은 왜 늦어지고 있을까. 현장 관계자들은 “방사능 위험 때문에 작업원들의 현장 투입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 등 원격조종 장치를 개발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 폐로 작업이 15년째 진행 중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발전소에서 발전용 터빈을 제거하는 모습. 발전소는 그동안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터빈 등의 철거는 마친 상태지만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네 기의 열교환기 가운데 한 기의 철거 작업이 겨우 끝났고 원자로 구역 폐로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일본원자력발전 제공
일본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 폐로 작업이 15년째 진행 중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발전소에서 발전용 터빈을 제거하는 모습. 발전소는 그동안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터빈 등의 철거는 마친 상태지만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네 기의 열교환기 가운데 한 기의 철거 작업이 겨우 끝났고 원자로 구역 폐로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일본원자력발전 제공

32년 사용한 원전, 해체 작업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높이 23m·무게 750t의 열교환기
1기 철거만 16년…아직 3기 남아
“방사능 위험에 적잖은 시간·비용”
다음 공정인 폐원자로는 더 문제
아직 기술·공법 개발 못하고 있어
폐기물 처분장 지정도 제자리걸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일본원자력발전이 개발에 성공한 것은 열교환기 철거에 큰 활약을 한 로봇팔이었다. 발전소는 로봇팔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먼저 열교환기 위에 원형 레일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로봇팔을 달았다. 이후 원자로 건물 옆에 만들어진 ‘원격조작실’이라는 이름의 임시건물에서 로봇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로봇팔을 조종한다. 원격조작실에서 만난 기무라는 “로봇팔을 통해 열교환기를 철거한 것은 세계 최초다. 이 장치를 개발해 열교환기를 철거하는 데 2006년부터 무려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로봇팔은 1분에 30㎝ 정도의 속도로 절단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2019년부터 원자로 지역 철거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자로 주변에선 열교환기보다 훨씬 더 많은 피폭이 발생한다. 이전보다 신중한 안전대책과 로봇 개발이 필요하다. 오미 다다시 도카이발전소 부소장은 “원자로 영역을 해체하려면 작업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장치를 써야 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장치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원자로 해체를 위한 기술·공법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폐로 작업이 끝난다 해도 풀어야 할 난제는 많다. 폐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처분장이 없기 때문이다. 열교환기에선 일본에서 ‘L3’(방사능 수준이 매우 낮은 물질)로 구분하는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원자로에선 그보다 위험한 ‘L1’(방사능 수준이 비교적 높은 물질)이 나온다. 이날 발전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도카이발전소의 전체 폐로 과정에서 L1은 1600t, L2(방사능 수준이 비교적 낮은 물질) 1만3000t, L3 1만2300t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L1은 오염이 심해 지하 50~100m에 콘크리트 등의 구조물을 만들어 그 안에 보관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무려 885억엔(8326억원)이 드는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는 이날 발전소 터 옆 가로 80m, 세로 100m 크기의 L3 물질 처분장 예정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L1과 L2의 처분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미 부소장은 “아직 처분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와 관련된 큰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폐로 작업이 진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도카이무라의 폐로는 여전히 표류중이다.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도카이무라가 한국의 원전 산업에 묻는 엄중한 질문이다.

도카이무라(이바라키)/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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