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생들이 2일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안보법제 제·개정에 반대하며, “전쟁 반대, 오직 평화”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추진 안보법 반대 함성
세대를 넘어 일 사회 흔들어
세대를 넘어 일 사회 흔들어
“아베 신조로부터 일본을 지켜라!” “아베 신조가 가장 큰 위협!”
2일 오후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인 시부야에 ‘전쟁법안에 반대해 일어난 10대들’이라는 펼침막을 내건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보잉 장비가 갖춰진 트럭의 화물칸 위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랩을 쏘아대고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을 가차 없이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총리를 바꾸자” “우리는 전쟁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떨쳐 일어났다” 등의 팻말을 든 5000여명의 함성이었다. 10대 청소년들의 도발적인 집회에 당혹한 경찰들이 행렬을 정돈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베 총리가 밀어붙이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대를 넘어 일본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처음엔 그동안 사회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20대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실즈) 등을 중심으로 국회 앞의 밤 집회를 접수하더니, 지난달 26일에는 “어떤 아이들도 죽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엄마들의 유모차 행진이 이어졌다. 이제 10대들까지 나서 경쾌한 랩 리듬에 맞춰 전쟁 반대와 평화를 외치고 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것은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7월에 만들어진 고등학생들의 모임인 ‘전쟁법안에 반대해 일어난 10대들’(T-ns SOWL)이었다. 이들은 ‘라인’ 등으로 의견을 나누며 이날 일정을 정하고 큰 무리 없이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한 고 3 학생은 “나는 수험생이다. 친구들이 (수험 준비를 안하고) 뭘 하고 있느냐고 말하지만,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10대들의 움직임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도쿄신문>은 3일치 1면에서 “고등학생 5000여명이 안보법제의 ‘폐기’를 요구했다. 교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함부로 정하지 말라’고 외쳤다. 안보법제에 대한 반대가 세대를 뛰어 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광경”이라고 보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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