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쟁법안 폐지, 아베 정권 퇴진 8·30 국회 10만인, 전국 100만인 대행동’에 참여한 일본 시민들이 일본 국회를 포위한 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100만인 대행동’ 시민단체 집회
‘50년만에 집회 참가’ 등 12만명 모여
연립여당 9월27일 이전 결단 전망
아베 정권, 하순께부턴 경제에 집중
야당·시민`‘아베 폭주’ 막아낼지 주목
‘50년만에 집회 참가’ 등 12만명 모여
연립여당 9월27일 이전 결단 전망
아베 정권, 하순께부턴 경제에 집중
야당·시민`‘아베 폭주’ 막아낼지 주목
“아베와 야메로!”(아베 총리는 그만둬라!)
“파시스트와 이라나이!”(파시스트는 필요 없다!)
30일 오후, 가는 비가 내리는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앞으로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도쿄 지하철 나가타초역 1번 출구를 기준으로 시작된 인파의 행렬은 남쪽으로 참의원 회관과 중의원 1·2회관을 감싸고 돌아 총리관저 앞에서 동쪽으로 꺾어진 뒤 다시 일본 국회 정문을 향해 북상을 시작했다. 거대한 일본의 국회 건물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법제 제·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함성에 말 그대로 포위된 모습이었다. 국회를 포위한 시민들은 “전쟁은 필요 없다” “아베 정권 즉시 퇴진” 등의 구호를 잇달아 외쳐댔다.
일본 국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국토교통성 건물에서 국회 정문 쪽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까지 점거한 시민들은 “아베, 야메로”라는 글자가 새겨진 대형 펼침막을 검은색과 하얀색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띄워 올렸다. 한 시민이 연단에 올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아베 정권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싸워가겠다”고 말했고, 헌정기념관 앞 도로를 질주하던 택시 안의 승객들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손을 흔들어댔다.
이날 열린 ‘전쟁법안 폐지, 아베 정권 퇴진 8·30 국회 10만인, 전국 100만인 대행동’은 아베 정권의 안보 법제 제·개정안에 결사적으로 반대해 온 일본 시민사회의 역량을 총집결한 집회였다. 이날 집회를 기획한 ‘총결집행동실행위원회’는 29일치 <아카하타>(적기)와의 인터뷰에서 “집회에 참가한다는 연락을 해온 시민들의 수를 셀 수도 없다. ‘50년 만에 집회에 참가한다’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일본 시민 12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집회를 계기로 앞으로 이번 9월 한달이 좁게는 아베 정권의 명운, 길게는 전후 70년 동안 이어져 온 일본의 안보 정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9월27일에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안보 법제 제·개정안 최종 통과와 관련한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 국회법상 정해진 ‘60일 룰’이다. 연립 여당은 참의원에서 60일 안에 안보 법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엔 부결된 것으로 보고 다시 중의원으로 법안을 가져와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시키는 ‘60일 룰’을 선택할 수 있다. 60일 룰이 발동되는 시점은 9월14일이다. 이와 관련해 사토 쓰토무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중의원)은 28일 “(60일 룰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아베 신조 총리의 무투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20일(선거운동은 8일부터) 실시된다. 이후 아베 정권은 9월 하순부터 소비 부진과 중국발 악재 등으로 한계에 봉착한 ‘아베노믹스’의 위기 타파를 위해 경제 문제에 집중하며 장기 집권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변수는 일본 야당과 시민들의 대응이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위헌적인 안보 법제를 폐지시킬 수 있도록 모든 야당과 결속해 가겠다. 10~20년 뒤에 ‘당신들은 그때 뭐 했는가’라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싸워가겠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야당들이 시민들의 강한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법안 폐지에 성공한다면 아베 내각은 단숨에 해산 위기에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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