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이제야 고국 품으로…’ 일본 강제징용 유골 115위 70년만의 귀향

등록 2015-09-14 19:34수정 2015-09-14 21:14

일본 홋카이도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희생된 조선인 유골 115위가 14일 오후 유골 봉환 도쿄추도회가 열린 일본 도쿄 주오구 쓰키지 본원사(혼간지)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18일 부산을 통해 한국에 입국해 20일  경기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홋카이도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희생된 조선인 유골 115위가 14일 오후 유골 봉환 도쿄추도회가 열린 일본 도쿄 주오구 쓰키지 본원사(혼간지)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18일 부산을 통해 한국에 입국해 20일 경기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70년전 일본에 끌려갔던 길 그대로
100위 넘는 반환 양국 시민이 추진
1997년부터 7차례 함께 유골 발굴
도쿄 거쳐 20일 파주 추모공원 안치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등에만 관심을 갖고 유골 문제엔 전혀 관심이 없다. 시민들의 이런 연대가 앞으로 국가를 움직이길 바란다.”

14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주오구 쓰키지 본원사(혼간지). 홋카이도 여러 곳에 보관돼 있던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115명의 유골 봉환 추도회 연단에 오른 이케다 교신 유골봉환도쿄추도회 공동대표가 입에 올린 것은 일본에 끌려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숨져간 조선인들의 유골 반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었다. 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만나 유골 반환에 합의한 뒤 일본 전 지역에 있는 조선인들의 유골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후 유골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2008~2010년 도쿄 우천사(유텐지)에 모셔져 있던 조선인 군인·군속의 유골 423위를 봉환한 뒤 후속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해방 이후 70년 만에 귀향길에 오른 홋카이도의 조선인 115명의 유골이 14일 도쿄에 도착했다. 11일 홋카이도 후카가와시의 사찰인 일승사(이치조지)에서 여정을 시작한 이들은 14일 도쿄에 도착해 교토(15일)~히로시마(16일)~야마구치(17일) 등을 거쳐 18일 부산에 상륙할 예정이다. 70여년 전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산에서 관부연락선을 타고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뒤 일본을 횡단해 홋카이도로 갔던 루트를 정반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유골은 1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추모행사를 거쳐 20일 경기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된다.

100위가 넘는 유골이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면 당연히 한·일 양국 정부가 손을 걷고 나서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빈틈을 채운 것은 한·일 양국 시민들의 우정이었다.

이번 유골 봉환은 일승사의 주지 도노히라 요시히코(69)와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1989년 사찰에서 이뤄지던 공동육아 보육원을 연구하려고 일승사를 방문한 정 교수는 도노히라 주지를 중심으로 1976년 만들어진 ‘소라치(후카가와시 주변 지역) 민중 강좌’의 활동을 전해 듣게 된다. 후카가와 주변의 슈마리나이에선 1940년대에 산림자원을 운반하기 위한 메이우선 철도와 우류강에 댐을 만드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됐다. 이 공사에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중국인들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 지역 시민들은 홋카이도에 남아 있던 재일조선인 1세 채만진(작고)씨 등의 도움을 받아 20년 가까이 유골 발굴과 유족 확인을 해왔다.

이들의 활동에 감동한 정 교수는 “한국 학생들을 모아 발굴 작업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1997년부터 한·일 젊은이들의 중심이 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공동 워크숍’(이하 워크숍)이 결성돼 첫 유골 발굴이 이뤄졌다. 한·일 젊은이들은 이후 함께 워크숍을 하고 7차례나 유골을 발굴하며, 불행했던 역사적 경험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교류의 역사를 쌓게 된다.

이날 추도식에는 유족 등 한·일 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1944년 홋카이도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숨진 김익중씨의 조카 김경수(65)씨는 “7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이번 송환을 시민 차원의 힘으로만 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의 사죄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노히라 스님은 “이런 유골 반환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교류를 통해 쌓아온 양국 젊은이들의 우정과 인간관계가 이번 봉환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정병호 교수도 “한국이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해 추석을 맞아 유골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드리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 가해자의 차원이 아니라, 강제노동이라는 인류에 대한 보편적 범죄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한·일 젊은이들이 이런 인식 속에서 진정한 화해를 모색하고 미래를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홋카이도신문> 등의 보도를 보면 현재 일본 전국에 남아 있는 조선인의 유골은 1014위에 이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