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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자민당, ‘인의 장막’ 치고 땅땅땅…야당 “민주주의 죽은 날”

등록 2015-09-17 21:04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의원들이 17일 참의원 특위에서 민주·유신·공산당 등에 소속된 대다수 야당의원들이 표결에 반대하는 가운데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한 11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소위원장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의원들이 17일 참의원 특위에서 민주·유신·공산당 등에 소속된 대다수 야당의원들이 표결에 반대하는 가운데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한 11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소위원장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안보법제 특위 날치기 통과]
위원장 불신임안 부결 직후
야당 방심한 새 ‘전광석화’ 감행
회의장은 고성 몸싸움 수라장
도쿄 거리 장대비 속 반대 집회
법안 처리 뒤 경기부양책 집중
아베, 국민 관심 분산시킬 계획
“다메, 다메!”(안 돼, 안 돼!)

17일 오후 4시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안보 법제 제·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등 야당이 제출한 고노이케 요시타다(77)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였다. 부결 결정을 받아 든 고노이케 위원장이 다시 위원장석에 앉자, 자민당 위원들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주변을 둘러쌌다. 허를 찔린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주변으로 달려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하토야마 정권 시절 방위상을 지낸 경험으로 이번 법안 저지를 위해 애써온 기타자와 도시미 의원(민주당)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위원장석을 바라봤고, 야마모토 다로 의원(생활당)은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고 쓰인 종이 펼침막을 꺼내 들었다. 혼란이 잦아든 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을 통해 “법안이 방금 특별위를 통과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이번 ‘날치기’ 통과를 주도한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은 “이런 모양으로 가결이 되었지만, 이 법안은 국민의 생명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장대비가 내리던 이날 도쿄의 거리에선 안보 법제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일본 시민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안 자체의 결함이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예로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와 ‘일본인이 타고 있는 미국 함선 방어’ 등 두가지를 들어왔다. 아베 총리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일본인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미군 함선을 타고 분쟁국에서 피난을 가는 그림을 꺼내 들어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심의를 통해 아베 총리가 내건 구체적인 예시들은 이미 파탄 난 상황이다. 이를 상징하듯 아베 총리는 지난 11월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선 일본인이 타고 있는 미 함선을 방어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며 “일본인이 타고 있지 않은 미 함선도 당연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14일엔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지금 국제 정세를 비춰 볼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 문제로 발생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야 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이미 사라진 셈이다.

일본 시민들은 헌법학자 90%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국민의 60~70%가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통과시키려는 아베 정권의 모습에서 입헌 민주주의의 위기를 통감하고 있다. 일본 시민들은 전날에도 국회 앞에 모여 다음날 새벽까지 “전쟁 법안 반대” “맘대로 정하지 마”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베 총리는 안보 법안을 통과시킨 뒤 9월말부터는 한계에 부닥친 ‘아베노믹스’를 보완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에 집중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강행 처리를 통해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 본회의를 통해 이번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면 일본은 전후 70년 만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특별위의 날치기 표결이 이뤄진 뒤 후쿠야마 데쓰로 민주당 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위원장이 뭐라고 했는지 듣지 못했다. 몇명이 찬성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가결은 인정할 수 없다. 이것이 가결이라면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본 시민들은 이 메시지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나르기 시작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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