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심의한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고노이케 요시타다 특위 위원장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순간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오른쪽)이 민주당의 고니시 히로유키 의원(맨 위)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이 17일 오후 참의원 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일본이 2차 대전 패전 이후 70년 동안 지켜온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가능) 원칙이 사실상 폐기돼 자위대가 국외의 무력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참의원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공명당 등 연립여당의 찬성으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날 표결은 야당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고노이케 요시타다(77)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된 뒤 기습적으로 이뤄져 여야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극심한 혼란 끝에 처리됐다.
민주당 등 일본 야당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안, 참의원에선 총리 문책 결의안을 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연립여당이 법안을 이날 저녁 참의원 본회의에 긴급상정하자, 야당은 곧바로 나카가와 마사하루 운영위원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하며 시간벌기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법안의 특위 통과 직후 “(여당이) 이날 본회의까지 열어 법안 성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고 시민들의 국회 앞 반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연립여당이 중·참 양원 모두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어, 야당이 법안 통과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일본은 역대 내각이 부정해온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방지원’이란 명목으로 국외의 무력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내에선 미국이 앞으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처 등을 위해 파병을 요청할 경우 일본이 이에 호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후방지원’의 제약이 크게 완화돼 한국 정부가 허용하면 자위대의 병참부대가 한반도에 상륙해 작전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는 안보법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와 저항이 거세, 아베 총리가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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