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팬 확보 위해 ‘이성교제 금지 규약’ 필요”
“연애했다고 재판까지 거는 것 놀랍다” 비판 쏟아져
“연애했다고 재판까지 거는 것 놀랍다” 비판 쏟아져
아이돌의 연애는 유죄?
아이돌의 연애를 둘러싼 기획사와 아이돌의 갈등에 대해 일본 법원이 ‘아이돌 육성도 하나의 비즈니스인 만큼 아이돌의 연애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 3월 당시 15살이던 한 일본 소녀는 데뷔를 위해 연예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서에는 ‘이성과의 교제 금지’라는 규정이 들어 있었다. 소녀는 4개월 뒤인 2013년 7월 6인조 그룹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해 10월, 이 소녀가 남성과 함께 있는 사진이 공개되는 등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애가 알려진 이상 그룹을 더 이상 끌고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기획사는 결국 팀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이 일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기획사가 소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지방재판소(재판장 고지마 아키토모)는 “아이돌은 연예 기획사가 초기 투자를 해 매체에 노출시켜 인기를 올린 뒤, 티켓이나 물품 등의 매상을 올려 투자를 회수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한 뒤, “아이돌인 이상 팬을 획득하기 위해선 교제 금지 규약이 필요하고,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 이미지가 나빠져 회사가 그룹의 해산을 결정한 것은 합리적”이라며, 소녀가 기획사 쪽에 65만엔(64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소녀는 “교제를 안 한다는 게 여성 아이돌에게 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두고 일본에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예계 관련 전문 변호사인 오타 준은 3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4시간 동안 어떤 명령이든 따른다’와 같이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규약은 무효지만 ‘연애 금지’ 같은 규약이 바로 무효가 되진 않는다”며, (규약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을 속박할 필요성과 그로 인해 아이돌 본인이 얻게 되는 가치, 사무소와 본인과의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했다.
일본의 팬들은 한국보다 아이돌에 대한 ‘팬심’과 ‘충성도’가 더 강해, 그룹 멤버의 연애 사실이 드러나면 그룹 전체가 큰 타격을 받는다. 일본의 대표 여성 아이돌인 에이케이비(AKB)48의 미네기시 미나미(22)의 경우 2013년 1월 주간지에 연애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제가 이번에 한 행동은 매우 경솔한 것이었다”며 삭발한 모습으로 사죄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일본에선 “아이돌도 사람이다”라며 연애 금지 조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번에도 “(연애를 했다고) 재판까지 거는 것에는 놀랐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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