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연 무죄였을까?
1961년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던 독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사형 판결을 받고 43년 동안 복역 중이던 오쿠니시 마사루가 4일 도쿄 하치오지 의료형무소에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의 나이 89살이었다.
일본 언론들이 50여년 전 살인 사건 혐의자의 죽음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일본의 사형제와 재심제도를 둘러싼 논쟁에서 오쿠니시가 차지하고 있던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오쿠니시가 범인으로 지목된 사건은 1961년 3월 미에현 나바리시에서 일어난 ‘나바리 독포도주’ 사건이다. 당시 마을 여성 17명이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포도주를 마시고 쓰러져 5명이 숨졌다. 오쿠니시가 범인으로 지목된 뒤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과 1972년 7월 최종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오쿠니시는 줄곧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 43년 동안 9번이나 재심 청구를 이어왔다. 7차 재심 청구에 대해선 나고야 고등재판소가 2005년 “자백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난다는 의심이 든다”며 재심 결정을 내렸지만,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가 검찰 쪽의 이의를 받아들여 이 처분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는 살아생전 “나는 하지 않았으니까 사면을 요구하지 않는다. 재판을 통해 무죄를 증명해, 걸어서 담장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오쿠니시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형무소를 찾아간 스즈키 이즈미 변호단장과 지원자들이 그에게 “오랜 시간 고생했습니다. 당신의 무죄를 밝힐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재심제도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쿠니시 사건을 취재한 언론인 에가와 슌코는 “2005년 재심 결정이 나왔을 때 재판을 다시 했어야 한다. 일본의 법원은 한 사람의 인권이나 인생, 과학적인 근거보다 법원의 무오류성과 체면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법원은 디엔에이(DNA) 증거 등 재심을 받아들일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쿠니시와 같이 일본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는 5일 현재 129명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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