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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극우 만화가 ‘시리아 소녀 멸시 그림’에 일본사회 발칵

등록 2015-10-08 11:52수정 2015-10-08 15:22

일본 만화가 하스미 도스코가 9월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일본 만화가 하스미 도스코가 9월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하스미 도스코, 난민촌 소녀 사진 가공
난민을 외국 세금 축내는 존재로 묘사
박근혜 대통령 사진으로 ‘혐한 그림’도
“부끄러운 줄 알라”…시민들, 삭제 운동
“부끄러운 줄을 알라!”

5년 가까이 이어지는 내전으로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에서 고통받는 소녀의 사진을 바탕으로 일본의 한 여성 만화가가 인종 차별적인 그래픽을 만들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의 만화가 하스미 도스코가 지난 9월 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그래픽은 난민촌에서 쓸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리아 소녀의 사진을 그래픽으로 가공해, 오히려 이들을 멸시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스미는 이 그래픽에서 소녀의 쓸쓸한 눈을 뻔뻔하고 이기적인 느낌의 눈빛으로 바꾼 뒤 “남의 돈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다, 청결한 삶을 살고 싶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자유롭게 놀고 싶다, 사치가 하고 싶다, 어떤 노력도 없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그렇다 난민이 되자”라는 메시지를 첨부했다. 오랜 내전으로 삶의 고통과 죽음의 위협을 넘어 고향을 등져야 하는 난민의 슬픔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이들을 외국의 세금을 축내려는 인간쓰레기들로 취급한 셈이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사진가 조너선 하임스가 시리아 국경 근처 레바논 난민 캠프에서 찍은 6살 소녀의 사진.
‘세이브 더 칠드런’의 사진가 조너선 하임스가 시리아 국경 근처 레바논 난민 캠프에서 찍은 6살 소녀의 사진.
이 그래픽의 원본이 된 사진은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사진가인 조너선 하임스가 시리아 국경 근처인 레바논 난민 캠프에서 찍은 6살 소녀의 사진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순진무구한 아이의 사진이 뒤틀린 편견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에 충격과 큰 슬픔을 느낀다. 시라아인들의 고통을 왜곡해 전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고 분노를 토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도 8일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피사체인 소녀의 존엄뿐 아니라 분쟁의 영향을 받고 힘겨운 생활을 강요받고 있는 사람들의 존엄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도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는 하스미의 그래픽과 관련한 소동을 다루며 “아베 정권이 최근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자금 지원 의사는 밝혔지만 난민을 일본으로 수용하기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일본인들도 이 그래픽에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이 그래픽을 없애자는 서명운동이 이달 초 시작돼 벌써 1만명의 서명을 모은 상태다.

하스미 도스코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혐한 이미지.
하스미 도스코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혐한 이미지.
하스미의 이번 소동은 다른 민족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일본 사회의 인종주의가 이미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이젠 자기 주변의 재일 조선인뿐 아니라 일본과 별 관련이 없는 시리아 난민들까지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쭈그려 앉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앞에 걸고 “일본인의 돈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 (일본에) 밀항을 하자”는 그래픽 등 많은 혐한 그래픽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래픽이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생각하면, 재일 조선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에는 이미 익숙해진 일본 사회가 시리아 소녀에 대한 공격을 보고 “이건 도가 지나치다”며 반응을 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는 “(이런 그래픽의) 근저에 있는 것은 타자에 대한 상상력의 결여다.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스미는 일본 언론의 취재 요청을 거부한 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시리아 난민은 ‘가짜 난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자신을 비판하는 <마이니치신문> 기사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어디에 연락을 한 거냐, 마이니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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