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쿄타워 앞에서 열린 꽁치축제에서 축제 주최 쪽이 양념 꽁치들을 숯불에 굽고 있다. 이날 축제에선 5555마리의 꽁치가 시식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도쿄/AP 연합뉴스
대형어선 동원 대만·중국 싹쓸이
일본, 어획량 감소에 ‘비상’ 걸려
국제기구 주도해 자원보호 나서지만
첫회의서 충돌해 자원조사만 합의
참치남획·고래잡이 “이중적” 비난도
일본, 어획량 감소에 ‘비상’ 걸려
국제기구 주도해 자원보호 나서지만
첫회의서 충돌해 자원조사만 합의
참치남획·고래잡이 “이중적” 비난도
“올해 어획량은 예년의 절반 정도입니다. 특히 씨알이 굵은 놈들이 줄고 있네요.”
일본에서 최대의 꽁치 어획량을 자랑하는 홋카이도 동남부의 어업 도시 네무로에서 50년 동안 어부로 살아온 기네 시게루(78)는 요즘 고민이 많다. 늦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꽁치 시즌이 찾아왔지만, 어획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일치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홋카이도 남동부의 도시 구시로 시내에선 꽁치 판매를 중단한 수산업자도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지난 15년 동안 없었던 사태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맞닥뜨린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가을의 별미인 ‘꽁치의 위기’다. 일본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을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의 주인공인 꽁치가 식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을엔 전어를 찾듯 일본인은 가을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대표 생선으로 꽁치를 꼽는다. 그래서 일년 중 이맘때엔 곳곳에서 ‘꽁치 축제’가 벌어지고, 이자카야에선 마리당 300엔 정도 하는 ‘산마 시오야키’(꽁치 소금구이)를 앞에 둔 퇴근길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꽁치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당국은 대만·중국 등 주변국들의 ‘남획’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지난달 7일 간판 교양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꽁치 쟁탈전, 일본의 가을 맛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통해 일본과 대만·중국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치열한 꽁치 쟁탈전의 현장을 소개했다.
꽁치는 평소 북태평양의 너른 지역에 분포하다가 늦여름이 되면 러시아와 일본이 살을 맞대고 있는 오호츠크해와 일본 도호쿠 연안 지역으로 회귀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일본이 대만·중국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과는 다른 조업 방식 때문이다. 신선도를 중시하는 일본에선 네무로나 이와테현 미야코 등 이름난 꽁치 어항에서 소형 어선을 이용해 연근해에서 봉수망(긴 봉에 그물을 걸고 꽁치를 빛으로 유인해 잡는 방법)으로 꽁치를 잡는다. 이에 견줘 대만과 중국에선 대형 어선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 공해상에 정박시키고 대형 그물을 펼쳐 꽁치를 대량으로 잡아들인다. 그동안엔 이런 조업이 불가능했지만 최근 어선의 대형화, 냉동 기술의 발전 등으로 대형선들을 어장에 묶어두고 고기를 잡는 조업이 가능해졌다. 북태평양에서 일본 연근해로 회귀하던 꽁치가 그 중간의 공해에서 대만과 중국 어선에 모두 잡혀버리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2008년 35만t을 넘었던 일본의 꽁치 어획량은 2013년 14만9200t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어획량이 다소 회복됐지만, 예년 수준엔 못 미친다. 이에 견줘 대만은 2014년 23만t의 꽁치를 건져 올려 세계 제1의 어획고를 기록했고, 중국은 전년보다 3배나 많은 7만6000t을 잡아들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꽁치 어획량은 2만3400t을 기록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만·중국 어선의 출몰 이유에 대해 최근 양국에서 일식이 인기를 끌면서 꽁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일본이 꺼내든 카드는 꽁치 어족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적인 규칙 만들기였다. 일본의 주도로 한국, 중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대만 등 7개국은 2012년 2월 북태평양 공해 지역의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국제기구인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지난달 3일 도쿄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예상대로 첫 회의부터 일본과 중국, 대만 사이에 치열한 의견 충돌을 빚었다. 일본이 꽁치 어족 보호를 위해 어획량을 지난해 62만t보다 적은 40만t으로 낮추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대만은 70만t까지 높이자며 맞섰다. 중국은 “중국의 어획량은 일본에 견줘 적다. 아직 발전 단계에 있다”며 일본의 제안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모임은 꽁치 남획을 막기 위해 꽁치 어선을 급격히 늘리지 않고, 2017년까지 북태평양 공해 지역의 자원량 조사를 실시하자는 원칙을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꽁치 남획을 막고자 발 벗고 나서는 일본의 모습에 대해선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참치 남획이나 고래잡이 등으로 국제적 비난을 사는 일본이 자국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꽁치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른 나라의 공해상 조업까지 간섭하려 든다는 얘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 그동안 어업 대국으로 어업량을 제한받는 위치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이를 제한하는 위치에 섰다. 실효성 있는 틀을 도입하기 위해선 (중국 등의) 어업량 확대가 자원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인과관계를 이번에 실시하는 자원 조사를 통해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꽁치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사이의 또 다른 갈등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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