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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황교안 총리 ‘망언’에 일본이 웃는다

등록 2015-10-19 15:03

황교안 국무총리(왼쪽)와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국무총리(왼쪽)와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현장에서
‘엥, 무슨 소리야?’

14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자위대의 한국 상륙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보도를 읽고, 귀를 의심했다. 갑갑한 마음에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에 들어가 문제가 된 황 총리와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이의 공방을 거듭 들어보았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분명히 “일본이 우리와 협의를 해서 우리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면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에도 일본 자위대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해보라”는 16일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을 모아볼 때, 황 총리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실언’이 아니며 일본이 요구할 경우 자위대의 상륙을 호의적으로 고려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 일본이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진압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출병해 식민지배의 돌파구를 연 옛 역사를 다시 거론할 마음은 없다. 대한민국은 구한말 조선왕조와 달리 나약하지 않으며 현재 일본이 예전과 같이 한반도에 대한 침략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등 여러 어려운 현안을 두고 대치중인 우리 대일 외교 전선에 날아든 뜬금없는 ‘뒤통수의 총알’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한국 외교부는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일본 안보 관련법 개정 문제가 불어질 때마다 일관되게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지난달 19일 대변인 논평)고 말해왔다. 평생 공안검사로 살아온 황 총리에겐 자신의 답변과 외교부 입장이 ‘같은 말’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하루하루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교 현장에서 이 두 입장 사이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기존 정부 입장은 결국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뜻하게 될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뭔지에 대해 모호함을 유지했고,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말해 한국이 이를 용인할지 말지를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의 대일 외교는 코너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민족적 자존심을 모두 내걸고 지난 4년간 일본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대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 등에 못 이겨 다음달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빈손’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아마도 미래의 어떤 순간에 ‘일본 난민의 대피’라는 인도주의적인 현안에 대해 한국이 일부 자위대 인원의 상륙을 허용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지 모른다. 역대 일본 정권이 이에 대한 양국 간 협의를 간절히 원해왔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한국이 대일 외교에서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중한 ‘외교적 카드’였다. 이런 소중한 카드를 일국의 총리가 맥없이 날려버렸으니, <산케이신문>으로부터 “유사시 난민 구출-한국과 사전협의를 서두르라”는 사설(16일치)이 나와도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게 됐다.

때마침, 20일 4년9개월 만에 처음 일본 방위상이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한국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하게 될까. 황 총리는 자신이 어떤 되돌리기 힘든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기는 할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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