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쪽 일정 회신 기다리는 중
위안부문제 아직 말 할 상황 아냐”
리커창 총리 31일 방한
한중일 정상회의 1일 예정
중-일도 신경전
3국 회담일정 발표 유보 이례적
위안부문제 아직 말 할 상황 아냐”
리커창 총리 31일 방한
한중일 정상회의 1일 예정
중-일도 신경전
3국 회담일정 발표 유보 이례적
청와대가 26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음달 2일 개최하자고 일본 쪽에 제의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놓고 양국간에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그동안 협의를 해왔고 최근 개최 날짜로 11월2일을 일본 쪽에 제의했으며,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 협상의 진전 여부에 대해선 “아직 내용에 대해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공식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리 총리가 31일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열고, 방한 기간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국 정상회의는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이지만, 일본과의 일정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개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도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죄 여부를 놓고 한-일 간에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본 <산케이신문>은 26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쪽이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하는 분명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26일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일본은 현재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어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의 사죄를 요구했다는 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조건 없이 대화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2년 반이 넘도록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조처’를 정상회담의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일본과 대립해왔다. 그러나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여 사실상 대일 외교의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아베 담화’에 대해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에 대한 정면 비판은 삼간 바 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난 19일 일본 자위대 관함식에 대조영함을 파견하고,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는 등 양국간 군사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박 대통령은 ‘빈손 정상회담’은 아니었다는 모습을 국내외에 내보일 수 있게 된다.
한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총리의 방한 기간에 아베 총리와 별도의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일 간에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최혜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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