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사진 길윤형 특파원
[인터뷰] 일본 게이오대 오코노기 교수
일본 내 한국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70)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일 갈등의 본질을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과정에 이뤄진 일종의 ‘시행착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 4년 간 이어진 한-일 갈등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두개의 측면이 있다. 하나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 관계의 악화, 또 하나는 한국이 최근 추구한 일·미·중 사이의 대국외교, 즉 균형 외교라는 측면이 있다. 아직 한국 외교는 시행착오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의 상대적인 쇠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체제 변동이 있었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문제에서 일본(미-일 동맹 강화)과 한국(대중국 접근을 통한 균형외교)이 다른 방향으로 대응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외교가 미개척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에 손을 대 새로운 가능성을 좇았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 경제적인 이익 추구뿐 아니라 북한을 움직이려 했다. 이 과정에서 (약한 고리인) 일-한 관계가 희생됐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을 이용한 북한 변화론은 별 재미를 못 봤고, 아베 정권은 매우 강경했다. 일본에서 한국 피로증이 생기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일본과의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한국에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위안부 문제로 관계악화
미·중사이 균형외교
두 개의 측면이 한일갈등 본질 중국 이용한 북한 변화론은
별 재미를 못 봤고
아베 정권은 매우 강경
한·일 모두 피로증” -박근혜 대통령은 적잖은 정치적 리스크를 지고 이번 정상회담에 나섰는데. “중요한 변화는 8월14일 나온 아베 담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사실상 아베 담화를 받아들였다. 아베 담화에 만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국내적으로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열병식 참가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베 담화에 다시 문제제기를 하고 베이징에 가면 한국이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이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이런 전체 모습을 보면, 이번 일·중·한 정상회의는 이런 전체 흐름의 매듭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까? “(위안부 문제 등) 양자 현안에서 당장 결론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큰 성과는 정상회담을 계속한다는 결정일 것이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가 ‘전시하 여성의 성폭력’이란 문제라는 점에선 일치하고 있다. 이게 실마리는 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유감의 뜻을 넘어 사죄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의사 표명은 있을 수 있다. 사죄까지 한다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도 일-한 관계가 험악한 적은 많았지만 이번엔 역시 정상 간의 관계가 나빴다. 그 대립이 관료 조직을 옭아맸고 언론의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일-한이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 좋은 얘길 했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래서 체제 변동에 맞춰 일-한 정부와 국민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두 나라가 손을 잡는 게 (양국 관계 재구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깨닫는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그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미·중사이 균형외교
두 개의 측면이 한일갈등 본질 중국 이용한 북한 변화론은
별 재미를 못 봤고
아베 정권은 매우 강경
한·일 모두 피로증” -박근혜 대통령은 적잖은 정치적 리스크를 지고 이번 정상회담에 나섰는데. “중요한 변화는 8월14일 나온 아베 담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사실상 아베 담화를 받아들였다. 아베 담화에 만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국내적으로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열병식 참가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베 담화에 다시 문제제기를 하고 베이징에 가면 한국이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이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이런 전체 모습을 보면, 이번 일·중·한 정상회의는 이런 전체 흐름의 매듭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까? “(위안부 문제 등) 양자 현안에서 당장 결론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큰 성과는 정상회담을 계속한다는 결정일 것이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가 ‘전시하 여성의 성폭력’이란 문제라는 점에선 일치하고 있다. 이게 실마리는 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유감의 뜻을 넘어 사죄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의사 표명은 있을 수 있다. 사죄까지 한다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도 일-한 관계가 험악한 적은 많았지만 이번엔 역시 정상 간의 관계가 나빴다. 그 대립이 관료 조직을 옭아맸고 언론의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일-한이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 좋은 얘길 했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래서 체제 변동에 맞춰 일-한 정부와 국민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두 나라가 손을 잡는 게 (양국 관계 재구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깨닫는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그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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