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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키나와 헤노코 주민시위 막는 경시청 경찰보니 ‘4·3’ 때 연상”

등록 2015-11-09 20:36

김석범
김석범
‘화산도’ 일어판 복간 기념회…김석범씨 “그때도 제주 밖 군경이 학살”
“원래는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만 하려 했는데, 20분 정도 길어졌습니다. 며칠 전 술을 마시다 텔레비전을 켜니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오키나와) 헤노코의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8일 오후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의 세이케이대학에서 열린 <화산도> 복간 기념 심포지엄. 노자키 로쿠스케, 다카자와 슈지 등 일본의 문학평론가 4명이 ‘전후 일본 문학과 김석범의 <화산도>’를 주제로 2시간에 걸쳐 진행한 심포지엄이 끝난 뒤 이날의 주인공인 재일 조선인 소설가 김석범(90)씨가 연단에 올랐다. 그의 첫마디는 뜻밖에도 오키나와에서 진행중인 헤노코 기지 반대 투쟁이었다.

“아베 정권은 안보 관계 법제를 개정해 헌법으로 금지된 것을 하려 하고 있지요. 실제 이들이 전쟁을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법적으로는 그런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마침 방송에 헤노코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도쿄의 경시청에서 파견된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오키나와엔 경찰이 부족한 것일까. 이건 이상한 사태라고 생각했습니다. 난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이런 처사는 내부(국내) 식민지에 대한 침략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런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스레 제주도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4·3’ 때 제주도에서 학살을 주도한 것도 섬 출신이 아닌 뭍에서 건너온 군·경이었다.

현재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한-일 양국의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한 탓일까. 한반도의 해방정국에서 벌어진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4·3항쟁’을 정면에서 다룬 <화산도>의 한국어 번역 작업이 마무리돼 지난달 출판된 데 이어, 원본인 일본어판도 이달 이와나미서점을 통해 복간됐다.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오카모토 아쓰시 이와나미서점 사장 등으로 구성된 기념 심포지엄 실행위원회가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이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화산도>의 한국어 번역자 김환기 동국대 일본연구소장은 “9년 전 김석범 선생 등과 경주 여행을 하며 <화산도>를 번역해 봐도 좋지 않겠냐는 얘길 들은 게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생의 단골 술집인) 우에노의 청학동에서 만나 용기를 얻어 완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도 박경리의 <토지>나 황석영의 <장길산> 등 여러 대하소설이 있지만 해방정국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 대하소설은 없었다. <화산도>는 그런 한국문학사의 큰 공백을 메운 작품으로 앞으로 이 작품에 대한 한국 국내의 활발한 연구 작업과 토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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