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자위대 음악 마쓰리 2015’(군악제)에 참석한 한·미·일 3개국 군악대가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한국 해군 군악대의 도쿄 공연은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 사진 길윤형 특파원
[현장] 자위대 음악축제에 가보니
8년만에 참가…민요·한복춤 선봬
미·일 동맹체제에 휩쓸리는 모습
8년만에 참가…민요·한복춤 선봬
미·일 동맹체제에 휩쓸리는 모습
청명한 가을 날이었다. 13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은 ‘2015 자위대 음악 마쓰리(축제)’(군악제)를 관람하기 위해 식장을 찾은 일본인 관람객들로 만원이었다.
이날 자위대의 군악제엔 육·해·공 자위대의 음악대(군악대), 방위대학교 의장대 등이 총출동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육상자위대 중부방면 음악대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등의 주제가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군악제의 핵심은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에 편입되어 가는 한국의 모습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올해 자위대 군악제에 한국 해군 군악대를 8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행사의 사회자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연주가 끝난 뒤 “이번 행사엔 한국을 포함해 과거 최대인 5개의 게스트 밴드가 참석해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엔 한국 해군을 포함해 미-일동맹의 끈끈한 우정을 상징하듯 일본 각지에 자리한 주일미군의 군악대가 대거 참가했다. 가나가와현 자마기지에 자리한 재일 육군 군악대는 유명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오키나와 캠프 포스터에 본부를 둔 미 제3해병 기동전개부대 군악대는 남성적인 매력으로 ‘해병대 찬가’를 연주했다. 또 주일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도쿄 요코타 기지의 미 공군 태평양 음악대, 요코스카에 자리를 잡은 미 해군 제7함대 음악대도 등장해 <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등 미국 영화의 주제가를 연주했다.
클라이막스는 한국 해군이 등장한 마지막장 ‘바다, 미래, 연대의 길’이었다. 한국 해군은 ‘아리랑’ 등 한국 전통 민요를 연주하며 부채춤 등 다양한 한복 춤을 선보였다. 이후 데쓰카 히로유키 2등 해좌(해군 중령)의 지휘 아래 해상자위대 도쿄음악대, 미 제7함대 음악대와 <내일> 등을 연주했다. 미-일 해군이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해군의 군악대가 뒤를 받치고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군악대의 행사였겠지만, 지난달 18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 참석에 이어 충분한 논의 없이 삼각 안보체제에 휩쓸려 가는 군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한 씁쓸한 광경이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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