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7일 오후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가토 무죄판결 일본 반응
‘산케이’ 일본어·영문판 호외 제작
‘산케이’ 일본어·영문판 호외 제작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을 평가한다. 일-한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오길 기대한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언론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무죄 판결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짧은 논평을 남겼다. 애초 유죄 판결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만큼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반기는 듯한 상기된 표정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도 “이번에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을 일-한 관계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것이 일-한 관계를 추진해 가는 데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토 지국장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예정된 이날 정부와 언론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판결이 나오기 전 아베 총리는 “어찌 됐든 언론의 자유, 보도의 자유는 지켜야 한다”며 한국의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보도, 표현의 자유와 일-한 관계의 관점에서 우리의 우려를 누차 전달하며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방송들도 한국 법원의 판결문 낭독이 시작된 오후 2시부터 수시로 관련 사실을 속보로 전했고, 결론이 나오자마자 서울 현장을 생중계로 연결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한-일 관계의 큰 틀과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는 미국의 의향을 반영한 판결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온라인용 호외도 제작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이번 판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양국 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한-일 간에 11차례 국장급 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위안부 문제다. 기시다 외상도 ‘이번 판결이 위안부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위안부에 대해선 협의를 가속한다는 양국 정상의 지시가 나와 있다. 그런 지시에 따라 계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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