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양국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5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소재 주일미군 후텐마 비행장 모습이다. 오키나와/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미·일 양국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확정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재균형 정책’ 등을 이유로 분담금의 감액을 주장한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낸 모양새다.
일본 방위성은 16일 미·일 정부가 2016년부터 5년 동안 적용되는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현재의 9332억엔(연평균 1866억엔)보다 133억엔 늘어난 9465억엔(연평균 1893억엔·1조8253억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일은 내년 1월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협정에 서명하고, 일본 내 비준 승인 작업은 내년 정기국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애초 일본은 지난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9월 안보 관련법 제·개정으로 미-일 동맹에서 차지하는 자위대의 역할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분담금 수준을 소폭 낮출 예정이었다. 미국은 재균형 정책에 큰 비용이 든다며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
양보한 것은 일본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17일 “일본은 어려운 재정상황을 들어 감액을 요구했지만, 미군이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에 대비해 이지스함 등을 일본에 중점 배치한 것 등을 생각해 배려했다(양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요코스카에 이지스함 2척을 추가 배치하는 등 첨단무기를 잇따라 일본에 배치하고 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협상 결과를 밝히며 “(분담금 액수는) 올해 예산 수준을 큰 틀에서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일이 합의한 내용은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다시 한번 확인되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구조상 차이다. 일본의 현행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2011년 체결)을 보면,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에 지급해야 하는 분담금의 항목을 △노무비 △전기·가스·수도비 △시설 정비비 등 세 항목으로 나누고 구체적인 ‘지출 항목’을 정하고 있다. 이에 견줘 2014년 1월 체결된 한국의 협정은 △인건비 △군수건설 △군사지원 등으로 항목을 구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항목이 없이 총액만 열거돼 있다. 그 때문에 미군이 수천억원 넘는 주한미군 분담금을 남겨 ‘이자 놀이’를 해도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또 미국이 재균형 정책 등을 이유로 주일미군 분담금의 증액에 성공한 만큼 향후 한국과 협상에서도 같은 이유로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게 불 보듯 뻔해졌다.
일본이 주일미군 분담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누적 등으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악화일로를 치닫던 1978년부터였다. 그러나 이 예산은 1999년 2756억엔으로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왔다. 이에 견줘 한국의 분담금은 이라크 전쟁 참전을 위해 미2사단 병력이 감축된 6차 협정(2005~2006년 분) 때를 제외하곤 계속 증액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