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도쿄 신주쿠역 서쪽 출구 앞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안보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연대 모임인 ‘안보법제 폐지와 입헌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연합’의 올해 첫 거리 집회가 열렸다.
현장 ㅣ 일 ‘시민연합’ 첫 거리집회
도쿄 신주쿠역서…“5000명 참석”
개헌 선전포고한 아베에 맞서
시민들 구호는 ‘평화’ ‘단일화’
야권 후보단일화 촉구할 계획
도쿄 신주쿠역서…“5000명 참석”
개헌 선전포고한 아베에 맞서
시민들 구호는 ‘평화’ ‘단일화’
야권 후보단일화 촉구할 계획
“자, 여기에 서명을 부탁합니다.”
5일 정오, 평일 대낮인데도 도쿄의 대표적 젊은이들의 거리인 신주쿠역 서쪽 출구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지난 9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아베 정권을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일본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안보법제 폐지와 입헌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의 첫번째 거리 집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당은 함께 싸우고, 아베는 퇴진하라” “아베 내각 퇴진” 등의 펼침막을 든 시민들의 집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행인들을 상대로 ‘안보법 폐지를 위한 2000만 서명운동’에 참여를 권유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서명용지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해선 지금까지처럼 참의원 (선거)에서 분명히 호소해 국민적인 논의를 깊게 해 가겠다”고 선언하며 개헌을 위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신우익인 ‘오사카 유신의 모임’의 바바 노부유키 간사장도 5일 “구체적으로 개헌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당도 협력하겠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개헌에 필요한 중·참의원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민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몇석을 더 확보해야 하는가를 두고 다양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선 일본 시민들의 구호는 ‘평화’와 ‘단일화’였다. 시민연합은 2000만 서명운동과 거리 집회 등을 통해 아베 정권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연단에 선 일본 최대의 평화운동 단체인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후쿠야마 신고는 니가타현의 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99살의 와타나베가 보내온 편지를 소개했다. 편지를 보낸 것은 와타나베 혼자였지만, 서명 용지에 담긴 이름은 다섯 명이었다. “장남은 군대에 가서 숨졌습니다. 차남도 군대에 가서 숨졌습니다. 4남도, 5남도 군대에 가서 숨졌습니다. 이제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입니다. 이 다섯 명 모두가 이번 전쟁법안에 대해 반대입니다.” 후쿠야마는 “편지를 보내온 와타나베는 아마 3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연합은 이날 집회에 5000여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개헌을 둘러싼 아베 정권과 일본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된 모습이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