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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간 위안부 할머니들 “12·28합의 인정 못해”

등록 2016-01-26 14:22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에서 한-일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길윤형 기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에서 한-일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길윤형 기자
일본 정부 공식 사죄와 법적책임 인정·아베 총리 직접 사과 요구
“어떻게 이런 합의 해놓고 우리를 바보로 만드나” 한·일정부 비판
“우리가 사죄 받고, 배상 받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한숨)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어요. 태어나서 (부산 밖으론) 아무 데도 가본 데도 없고. 학교도 돈이 없어서 못 갔어요. 우리가 나라가 없을 때 태어나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내가 (15살 때) 울산으로 남의 집 식모로 갔어요. 거기서 주인이 심부름을 시켜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자 두 명이 딱 앞을 가로막는 거야.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한 사람이 팔 하나씩 잡은 채 끌고 간 거야.”

26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1회관 다목적 회의실. 분노를 참으며 한마디씩 이어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90)의 말씨는 고향인 경상도가 아닌 함경도 말씨였다. 울산에서 강제연행돼 중국 지린으로 끌려간 이 할머니는 그곳의 일본군 비행장에서 ‘상습 강간’을 당한 뒤, 일본군 위안소로 옮겨졌다.

전쟁이 끝났지만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버려졌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다시 고국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해방이 되고도 55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할머니는 74살 노인으로 변하고 말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12·28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거주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할머니와 강일출(89) 할머니가 12·28 합의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찾아 지난 합의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2·28 합의 이후 일본을 처음 찾는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50여명 가까운 한-일 취재진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할머니는 지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의 인정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 할머니 등 6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서 “지난 12·28 합의의 무효”를 선언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가장 분노하게 한 것은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증언을 의심하며, 법적 책임 인정 등의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강일출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자기네들이 한 일은 우리가 말 안 해도 다 알 거다. 그 사람들은 아따마가 이이데스(머리가 좋아요). 우리도 사람이니까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는다. 왜 있는 그대로 말을 하는데 우리의 말을 믿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이런 합의를 해놓고 와서 우리를 바보로 만드나. 왜 아베 (총리)는 한번도 안 나서는가”라고 물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가 걷기도 힘든데 왜 여기(일본에)까지 와서 말을 하는가 생각을 해달라. 우리가 일본 정부에 아무리 요청을 해도 눈 깜짝 안하고,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비판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어졌다. “왜 피해자의 눈을 감게 하고, 감추고, 뒤로 물리치게 하고 그 잘난 몇푼 되지 않는 돈을 쥐고 와서 할머니들 입을 막으려고 해. 절대로 안되지. 이번 합의가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겠나. 우리는 너무 분하다.” 할머니들은 이어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도 “소녀상을 철거할지, 우리를 죽일지의 문제”(강일출 할머니)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할머니들이 아직도 당시의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지금도 군복 입은 사람을 보면 겁을 내고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았다”며 “한-일 정부가 12·28 합의에서 동의한 최종적, 불가역적인 타협이란 가해자 중심의 용어로 그런 말을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순 없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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