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0.1% 기준금리 채택
저유가·중국 경제 부진 등 영향
물가·경기 하락 우려 전격 결정
한국 제품 수출 타격 받을 듯
저유가·중국 경제 부진 등 영향
물가·경기 하락 우려 전격 결정
한국 제품 수출 타격 받을 듯
일본이 세계 경제 침체에 대처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의 정책은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불러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2% 물가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실현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금융완화의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다음달 16일부터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의 당좌계좌에 예치하는 일부 예금에 수수료 0.1%를 부과한다. 지금까지는 민간은행의 예금에 0.1%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0.1%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9명의 금융정책결정위원 가운데 구로다 총재 등 5명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찬성했고 4명은 반대했다. 일본은행이 정책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부터 주요 중앙은행들 가운데는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현재 원유 가격의 하락에 더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자원보유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일본의) 물가 기조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침체에 대처하고 적정 수준의 물가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사노 가즈히코 도카이도쿄증권 채권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구로다 총재가 지금까지 부정해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선택한 것은 지금까지의 양적·질적 완화 정책만으로는 원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엔화 약세를 무기로 수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일본 제품과의 ‘경합도’가 높은 한국 제품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엔화 약세를 앞세워 수출 증대를 밀어붙여왔다.
일본은행의 조처는 곧바로 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엔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4.1원으로 전날보다 20.84원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3일 만이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달러당 9.4원 떨어진 1199.1원으로 장을 마쳤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본영 기자 charisma@hani.co.kr
[관련기사]
▶아베노믹스 ‘금리 도박’…한국 수출에 ‘직격탄’
▶한국, 선행지수 두달연속 하락…경기전망 더 악화
일본 경제성장률 추이
마이너스 금리란?
중앙은행에 돈 맡긴 시중은행에
이자 주는 대신 수수료 부과
일반 예금은 해당되지 않지만
스위스에선 거액 예금에 적용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이나 채권에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을 뜻한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고 빌려주는 돈에 지불하는 값인 금리는 플러스인 게 상식이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6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최초로 시중은행이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에 -0.01%의 금리를 매기기 시작했다. 스위스(-0.75%), 덴마크(-0.75%), 스웨덴(-0.35%)도 이런 방식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도 시민들의 예금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초과 지급준비금’이 대상이다. 현재 기준으로 예치금의 3분의 1 정도가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마이너스 금리는 대부분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문제이지만, 스위스의 한 은행이 최근 거액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통상적으로 낮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중 3분의 1가량이 현재 마이너스 금리(수익률)에 빠졌다.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돈을 집에 보관만 하고 예금하지 않는 ‘현금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자 주는 대신 수수료 부과
일반 예금은 해당되지 않지만
스위스에선 거액 예금에 적용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이나 채권에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을 뜻한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고 빌려주는 돈에 지불하는 값인 금리는 플러스인 게 상식이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6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최초로 시중은행이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에 -0.01%의 금리를 매기기 시작했다. 스위스(-0.75%), 덴마크(-0.75%), 스웨덴(-0.35%)도 이런 방식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도 시민들의 예금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초과 지급준비금’이 대상이다. 현재 기준으로 예치금의 3분의 1 정도가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마이너스 금리는 대부분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문제이지만, 스위스의 한 은행이 최근 거액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통상적으로 낮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중 3분의 1가량이 현재 마이너스 금리(수익률)에 빠졌다.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돈을 집에 보관만 하고 예금하지 않는 ‘현금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아베노믹스 ‘금리 도박’…한국 수출에 ‘직격탄’
▶한국, 선행지수 두달연속 하락…경기전망 더 악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