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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폐로 실마리도 못찾아…아직 1부 능선”

등록 2016-02-11 19:42수정 2016-02-11 20:58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땅을 얼려 지하수의 흐름을 차단하는 구상인 ‘동토 차수벽’을 만들기 위한 냉각용 파이프 설치 등 관련 시설물 공사가 지난 9일 완료됐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땅을 얼려 지하수의 흐름을 차단하는 구상인 ‘동토 차수벽’을 만들기 위한 냉각용 파이프 설치 등 관련 시설물 공사가 지난 9일 완료됐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르포] 후쿠시마원전 참사 5년
“폐로가 10부 능선이라면 이제 1부 능선에 올라섰을 뿐입니다.”

5년 전 3·11 원전 참사가 터졌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은 겉보기엔 끔찍했던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지난 10일 취재진이 찾아간 현장은 폐로 작업을 진행 중인 8200명의 직원·작업원들이 원전을 바쁘게 드나드는 탓에 원전으로 접어드는 외길의 교통 체증이 일상화돼 있었다. 설치 초반 갖은 사고를 일으켜 도쿄전력을 애먹였던 ‘다핵종 제거설비’(ALPS·오염수에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는 정상 가동 중이었고, 2013년 일본의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오염수 유출 사고를 일으켰던 플랜지형 탱크(강철판을 용접하지 않고 볼트로 조립해 만든 탱크)는 누수를 일으키지 않는 용접형 탱크로 교체되고 있었다. 최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휴게소 안에서 젊은 작업원들이 380엔짜리 돈가스 세트를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오노 아키라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현장을 찾은 주일 외국인 특파원 공동취재단에게 폐로 작업은 이제 겨우 발걸음을 떼었을 뿐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도 하루에 300t씩 새로 생성되고 있는 오염수와 폐로 작업의 핵심인 1~3호기 원자로의 처리였다.

345억엔 들여 ‘동토 차수벽’ 완공
갇힌 오염수 역류 우려 가동못해
1·2호기 내부에 로봇 투입 불구
구체적 파손 부위 찾는 데 실패

도쿄전력은 내륙에서 발전소 쪽으로 스며드는 오염수를 차단하기 위해 원전 대지 주변 1.5㎞를 ‘동토 차수벽’으로 둘러싸는 공사를 지난 9일 마쳤다. 땅을 얼려 지하수가 안쪽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겠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345억엔의 세금이 투입된 이 시설은 아직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가동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시설이 가동될 경우 지하수의 흐름에 급격한 변화를 줘 원전 건물 지하에 갇힌 오염수가 주변으로 스며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폐로의 핵심 난제인 원자로를 해체할지 아직 실마리조차 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노심용융을 일으킨 원자로의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1~2호기 내부에 로봇을 투입했지만, 구체적인 파손 부위를 찾는 데 실패했다. 파손 부위를 찾지 못하면 원자로에 물을 채울 수 없고, 이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 어떤 폐로 작업도 진행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진전은 당시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1500여개를 무사히 외부로 반출했다는 것뿐이었다.

원자로에선 지금도 치명적인 방사선이 새어 나오는 중이다. 원자로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측정한 시간당 방사선량은 무려 180마이크로시버트(μ㏜)나 됐다. 그 자리에 6시간만 있으면 일본 정부가 정한 연간 개인 피폭 한계치 1밀리시버트(mSv)를 뛰어넘는다.

도쿄전력 직원들이 기자단에 빨리 버스에 올라타라며 재촉을 해댔다. 2시간20분의 취재를 마친 뒤 측정한 개인별 누적 피폭량은 40μ㏜였다. 기약 없는 폐로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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