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올해 중의원을 해산해 개헌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내년 예정 소비세율 인상 보류하고
중·참의원 동시선거 카드 만지작
2년전에도 세율 인상 연기
중의원 해산 재선거 치러
야권 아베독주 견제여부 미지수
중·참의원 동시선거 카드 만지작
2년전에도 세율 인상 연기
중의원 해산 재선거 치러
야권 아베독주 견제여부 미지수
올 여름 참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염원’인 개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개헌의 성패를 가릴 변수는 두가지다. 하나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의 연기, 두번째는 개헌 정족수인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수의 확보 여부다.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정식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올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기자들과 만나 “5월 (일본 미에현 이세지마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주요 테마가 될 전망이다. 의장국으로서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를 발족시킬 계획을 밝혔다. 이 회의엔 아베 총리, 각료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등이 모여 세계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전망이다.
개헌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 소식에 일본 정계는 민감하게 요동쳤다. 아베 총리가 이 회의의 결론을 명분으로 내세워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세 보류는 결국 중의원 해산 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4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인 바 있다. 그는 2014년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하기 전에 50여명으로 구성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증세의 부정적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자, 2014년 12월엔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면서 “재신임을 묻는다”는 이유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재선거를 치렀다.
이런 전례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 발족 소식에 대해 “야당에선 ‘소비세 증세 연기의 포석이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 “자민당 내에선 ‘소비세 증세를 미뤄 중의원 해산을 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아사히신문>)며 동요하는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했다. 여·야 양쪽 모두에서 이번 움직임을 중의원 해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단하게 되면, 7월께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는 중·참의원 동시 선거로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선거의 쟁점은 아베 총리 본인과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염원’인 개헌이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올 들어 개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점점 명확한 형태로 밝히고 있다. 그는 1월4일 연두 회견에서 “개헌에 대해선 국민적인 논의를 깊게 해 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밝히는데 그쳤다. 지난달 20일엔 “(현재 헌법엔) 자위대의 존재 자체(존재의 근거가)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 이는 이상한 일”이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이달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국제법상 권리는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2012년 발표된) 자민당 (개헌) 초안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9월 안보 관련법 개정을 통해 확보한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을, 동맹국과 함께 제3국을 공격할 수도 있는 ‘일반적’인 집단적 자위권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일본 야권은 ‘안보법 폐지’를 공통의 목표로 내걸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강력한 아베 정권의 독주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아베 총리가 언급한 자민당의 헌법 9조 개정안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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