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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정부, 피난민 지원 하나둘 끊으며 귀환 압박

등록 2016-03-06 19:43수정 2016-03-07 00:58

2020년 올림픽 성공적 개최 위해
피난민 최소화 정책 밀어붙여
자주피난자 주택지원 내년초 중단
정신적 배상금도 2018년 끊기로
당사자들 “기민정책” 분노 쏟아내
3·11 참사 5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현재 1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원전 피난민들을 상대로 강력한 귀환 정책을 펴고 있다.

큰 틀의 정책 변화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 3월까지 방사능에 의한 오염이 너무 심해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된 후타바마치·오쿠마마치·나미에마치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그동안 ‘거주제한구역’과 ‘피난지시준비구역’으로 지정됐던 지역의 공간 방사선량이 연간 20m㏜ 이하로 떨어질 경우 피난지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 조처가 이뤄지면 정부의 지시에 의한 ‘공식 피난민’의 수는 2만4000명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동시에 일본 정부과 도쿄전력은 피난민들에게 제공했던 여러 지원 조처들을 하나 둘씩 거둬들이는 중이다. 가장 큰 표적은 피난지시구역에 속해 있진 않지만,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 자발적으로 피난을 떠난 ‘자주피난자’(3만6000여명 추정)들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귀환을 압박하기 위해 현재 이들이 받고 있는 주택 지원을 내년 3월에 중단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대응엔 정부가 원전 피난자들을 내팽개치는 이른바 ‘기민정책’(국민을 버려두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달 24일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전사고피해자 구제를 요구하는 전국행동’의 집회에서 만난 ‘자주피난자’ 마쓰모토 노리코는 이 조처에 분노를 표출했다. 3·11 참사가 발생했을 때 그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 살고 있었다. 사고 직후 그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던 딸을 수도권에 있는 여동생의 집으로 피난을 시켰다가 4월 중학교 입학에 맞춰 다시 집으로 불렀다. 그러자 아이의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피를 흘리고, 설사를 하기도 했다. 이 증상이 방사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마쓰모토는 그해 7월께 딸을 데리고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가나가와현 가와사키로 이사를 갔다. 그는 현재 가와사키의 민간 주택을 빌려 거주하고 있지만, 주택 지원이 끊어지면 다시 고리야마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는 “아직 원전사고가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국가는 원전 재가동을 하고 있다. 아이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피난을 가 겨우 적응을 했는데, 주택 지원을 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밖에 도쿄전력이 피난민 한 사람에게 매달 10만엔씩 지급하고 있는 ‘정신적 배상금’도 2년 뒤인 2018년 3월께 중단할 예정이다. 참사 이후 여전히 실직 상태인 이들의 생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릴 무렵에는 피난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여 일본이 3·11 참사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전 세계에 선전하려고 한다. 2011년 8월 후쿠시마에서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로 이주한 하세가와 가쓰미는 “정부는 원전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하려고 하지만, 나야말로 3월12일 이후 아이들의 머리 위로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쏟아졌다는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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