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민주당이란 당명이 좋지만, 우리의 결론은 (새 당명을) 민진당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조사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과 제2야당인 유신의당이 통합해 만들어지는 새 정당의 이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나선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의 목소리에선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통합 야당의 이름이 민진당으로 결정됨에 따라 지난 20년 동안 일본 야권과 온갖 영욕을 함께해 온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민주당이 창당된 것은 1996년 9월이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간 나오토 등 소장 정치인들이 ‘관료 의존 정치와 결별’ ‘지역 주권 사회의 실현’ 등의 개혁 목표를 내걸고 당시 자민당·사회당과 연립정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던 ‘신당사키가케’를 탈당해 민주당을 창당했다. 이후 민주당은 사회당(현 사민당)이 몰락한 뒤 자민당 1강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중도 진보파로 세력을 키워왔다. 2003년 9월엔 일본 정계의 ‘풍운아’로 불리는 오자와 이치로 현 생활당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과 합당했고, 2009년 8월 “국민의 생활이 제일”이라는 생활 정치 노선을 내세워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꿈같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 권력을 쥔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이전을 둘러싼 혼미로 조기에 퇴진해야 했고, 뒤를 이은 간 총리는 3·11 원전 참사 사고처리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민주당은 결국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대패해 3년 남짓의 집권을 끝내게 된다.
일본 언론들은 15일 민주당이 내심 통합 당명에 ‘민주당’이라는 글자가 남길 바랐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유신의당은 인터넷을 통해 공모한 2만여개의 당명 가운데 ‘민진당’과 ‘입헌민주당’이라는 두개의 당명을 놓고 각각 여론 조사를 벌였다. 민주당 쪽은 입헌민주당이 낙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양쪽 조사 모두에서 민진당을 지지하는 의견이 높았다. <도쿄신문>은 “민주당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지율이 늘지 않는다. 애착이 담긴 옛 당명을 남기는 것보다 당의 쇄신 이미지를 요구한 여론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아베 총리는 통합 야당의 이름이 민진당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왜 그런 이름이 됐냐”고 비꼬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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