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 일본 실교출판(實敎出版)의 ‘고교일본사 B‘ 교과서. 연합뉴스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한일관계 파장 예상’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생들도 “독도는 일본 땅이다.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14년 초등학교, 2015년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이처럼 기술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조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교과서 우경화 정책이 올해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으로 일단락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18일 교과용 도서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내년부터 고교 1~2학년들이 배우게 될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확정·발표했다.
먼저 독도에 관한 기술을 보면, 모두 35종 가운데 27종(77.1%)의 교과서에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 모든 교과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역사. 사회, 지리 등의 교과목을 서로 다른 교과서로 교차해 배우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 셈이다.
이에 견줘 2012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엔 39종 가운데 절반 정도인 21종(53.8%)에 관련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독도나 센카쿠열도 등 영토에 관한 기술의 분량이 교과서 전체에서 현행보다 60% 늘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과서에 이 같은 기술이 들어간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뒤 2014년 1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섬), 독도에 관해 미해결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 등을 이해시킨다”, “일본의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기초해 독도, 센카쿠 열도를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시킨 경위를 다룬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러시아와 영토 갈등이 있는 북방영토만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했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한일 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영토 관련 기술 방침을 바꿨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기술들이다. 현재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엔 위안부 관련 기술이 없다. 지난해 검정이 통과된 중학교 교과서에도 애초 관련 내용이 모두 사라졌다가 진보적인 중학교 교사들이 모여 만든 ‘마나비사’에서 고노 담화 등 위안부 관련 기술을 부활시킨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관련 기술을 삭제하도록 하진 못했지만, 내용은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 고등학생들의 필수과목인 <세계사A>의 경우 “위안부로 전선에 보내진 여성들도 있었다”(<도쿄서적>), “위안부로서 전선에 보내진 여성들도 있었다”(<실교출판>),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선에 보내지거나 했다”(<제일출판>), “위안부 문제도 (전후소송관련) 문제의 하나다”(<제국출판> 라는 정도의 한줄짜리 기술에 그치고 있다. <일본사> 교과서엔 출판사별로 좀 더 자세한 기술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위안부 문제의 실체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기엔 미흡하다. 한-일 양국 정부의 지난해 말 12.28 합의는 반영되지 않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 교과서 검정통과본 독도 관련 기술. 한겨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