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관저서 세번째 자문회의
기대대로 “인상 부적절” 조언 들어
증세 연기·중의원 해산 포석
기대대로 “인상 부적절” 조언 들어
증세 연기·중의원 해산 포석
조지프 스티글리츠에 이어 폴 크루그먼까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재연기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노력이 점입가경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에서 세계 경제의 현재 상황에 대해 각료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 교환을 하기 위한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이하 회의)의 3번째 모임을 가졌다. 지난 16일 열린 1차 회의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를 부른데 이어, 이날은 또 한명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를 초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당시 “지금 타이밍에 세율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크루그먼 교수도 아베 총리의 기대대로 증세 연기론을 설파했다. 그는 이날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탈각하기 위해 대기권을 탈출할 수 있는 로켓과 같은 스피드에 이르지 못했다. 소비세 세율을 올리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 노믹스의) 3개의 화살 정책은 (양적 완화라는) 금융정책에 너무 무게를 뒀다. (회의에서) 재정 자극을 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에선 일본 정부가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먼 같은 석학들을 초대해 의견을 듣는 것을 소비세 증세(8%→10%)의 연기를 위한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내세워 증세 연기를 결단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소비세 증세 연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펄쩍 뛰며 부인하던 내각 관계자들도 미묘하게 견해를 바꾸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요미우리신문>에 “소비세를 올려서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꼼수에 대해선 연립 내각의 공명당으로부터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경제 상황을 이유로 증세를 미룬다는 판단은 지금 상황에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의원 해산을 통해 개헌을 위해 더 나은 정치 여건을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결심이 이미 선 듯 보여 중의원 해산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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