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지 방문 첫 미 대통령 될지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1년 전 미국이 원자폭탄이 떨어뜨렸던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첫번째 미국 대통령이 될까?
로즈 고테묄러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5월 하순께 일본 미에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24일 이런 소식을 앞다퉈 전하며 “‘핵 없는 세계’를 주장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핵 군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려는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고테묄러는 지난해 8월 미 정부의 고위 관료로선 처음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그동안 일본에선 1945년 8월 일본에 핵을 떨어뜨린 미국의 대통령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등 피폭지를 방문하도록 하는 것을 오랜 외교적 목표로 삼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일본에선 미국의 ‘반성’, 나아가 ‘사죄’를 요구하는 여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폭 투하는 더 큰 인류의 희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미국 내 주류 역사관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어서, 실제 방문이 이뤄질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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