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테레비 아사히’ 앵커 후투타치 이치로가 31일 밤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NHK·TBS 이어 ‘TV아사히’ 앵커도 방송 떠나
중국도 시진핑 언론 통제에 기자들 잇달아 반발
중국도 시진핑 언론 통제에 기자들 잇달아 반발
“요즘 들어 허심탄회하게 여러 가지 발언을 하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는 공기를 느낍니다.”
매일 밤 10시 방송되는 일본 <테레비 아사히>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 31일 밤 이 방송의 앵커로 많은 인기를 받은 후투타치 이치로(61)의 표정에는 12년간 진행해 온 방송을 떠나는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늘 매서운 비판을 이어온 그의 갑작스런 ‘하차’를 둘러싸고 “정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루타치는 방송 말미에 8분간이나 이어진 ‘클로징 멘트’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관해 말했다.
“제가 이렇게 건강한데 왜 그만둔다는 결의를 했는지 말씀드립니다. 12년 전 방송을 시작하면서 보통의 말로 뉴스를 전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선 ‘이른바’, ‘사실상’, ‘~으로 보여진다’는 말을 넣어 (어떤 사안에 대해) 2~3중의 손해보험을 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방송이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문처럼 (정권의) 압력으로 그만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만 후루타치는 일본 방송계를 둘러싸고 있는 ‘유무언의 압력’이라는 미묘한 분위기(공기)에 관해 거듭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12년 동안 배워 온 방송의 혼을 후임들이 이어줬으면 한다. 말할 것은 말하고, 좀 민감한 것도 말하고, 다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선 다키이치 사나에 총무상이 “정치적 공정성이 의심을 받는 방송국은 전파 정지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에 노골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 후루타치 앵커 외에도 <엔에이치케이>(NHK)의 구니야 히로코(58), <티브이에스>(TBS)의 기시이 시게타다(71) 등 정권에 비판적인 다른 명 앵커들이 최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마이크를 내려 놓은 바 있다.
정권의 언론 탄압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날로 강도가 높아지는 시진핑 정권의 언론 통제에 기자들이 잇달아 반발하고 있다. 광둥성의 <남방도시보> 기자인 위사오레이는 지난달 “더는 공산당의 성(姓)을 따를 수 없다. 나이가 들고 오랫동안 무릎을 꿇어와 더는 무릎이 견지지 못한다”라며 공개 사직서를 냈다. 시 주석은 2월 “언론매체는 반드시 공산당의 성을 따라야한다”며 ‘언론=당 홍보기구’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관영 <신화통신> 기자도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당국의 언론 통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한국 역시 지난해 2월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60위로 2년 연속 순위가 떨어졌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성연철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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