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관련 기술 삭제…민중의 알 권리 침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에서 없애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에 대해 유엔(UN) 인권위원회의 특별보고관이 깊은 우려를 밝혔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UN) 특별보고관은 19일 도쿄 지요다구 외국인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일어난 일의 해석에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뿐 아니라, (위안부 제도와 같은) 심각한 범죄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일본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조사 활동을 시작해 이날 잠정적인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케이 특별보고관의 언급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지적은 일본의 교과서를 둘러싼 공방이다.
일본에선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처음 밝힌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1993년 8월 위안부 동원과정의 강제성 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나오게 된다. 이후 일본의 중학교과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엔 위안부 관련 기술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와 함께 중학교에선 “어린 학생들의 교육 목적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술이 대부분 사라졌고, 지난 3월 말 검정 결과가 발표된 고등학교 교과서(2017년부터 사용)에도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관련된 기술이 크게 완화됐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이날 중간보고에서 “중학교 수신과목인 일본사 교과서로부터 위안부 기술이 삭제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범죄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민중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국정화 제도를 통해 정부가 직접 교과서를 집필하겠다고 나선 박근혜 정권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현재 일본에 만연해 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헤이트 스피치(증오 집회) 등이었다. 그는 “최근 일본은 소수파에 대한 증오 표현이 급증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일본이 차별과 싸우기 위한 포괄적인 법 정비를 하고 있지 않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해답은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의 제정”이라고 지적했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이어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처음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에 대한 공격,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이 “정치적 공평성을 잃은 프로그램을 반복해 내보내는 방송국에 전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등을 언론에 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특정기밀을 유출한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비밀보호법이 매우 모호하고 관련 사실을 보도한 기자까지 처벌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을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정부 관계자 신문·방송·출판사 대표, 기자, 시민 등의 의견을 청취하며 일본 내 언론·표현의 자유 문제를 조사·분석하고 이날 중간조사 결과를 내놨다. 정식 보고서는 2017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보고된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로, 2014년 유엔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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