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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최고재판소 ‘한센인 격리법정’ 설치에 정식 사죄

등록 2016-04-26 16:13수정 2016-04-26 16:18

위법 인정…위헌성은 인정하지 않아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센인 격리시설에 설치했던 ‘특별법정’이 “차별이었고 위법한 것이었다”는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의 사법부가 자신의 과거 판단이 ‘위법’했음을 인정한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센인들이 요구해 온 ‘위헌성’은 인정하지 않아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는 25일 한센인 특별법정에 관한 조사보고서에서 1948년 이후 한센인 격리시설에 설치됐던 특별법정에 대해 “차별적인 취급이 강하게 의심되는 것으로 위법이었다. 편견 차별을 조장하고, 인격과 존엄에 상처를 준 것을 깊게 반성하고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정 설치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선 보고서 본문에선 언급하지 않는 채 “법 아래 평등에 위반됐다는 의심이 있다”는 애매한 구두 설명에 그쳤다.

한국에선 한센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지만 일본에선 사회적 이목을 끄는 큰 인권 현안으로 부상해 있다. 일본은 1931년 ‘나(癩)예방법’을 만들어 한센인에 대한 격리·절멸 정책을 확립했고, 1950년대 치료법이 개발된 뒤에도 1996년까지 이 제도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한센인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 2001년 구마모토 지방재판소에서 승소 판결을 쟁취한 바 있다. 이 판결로 일본 한센인 1인당 800만~1400만엔의 배상금을 받았고, 한국 소록도 한센인들의 일본 정부를 한 소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03년 시작된 이 소송은 우여곡절 끝에 일본 정부가 한국 한센인들에게도 1인당 800만엔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 난다. 일본 정부는 당시 한-일간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논리를 내세워 배상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이날 보고서 공개와 함께 일본 최고재판관 15명으로 구성된 최고재판관 회의도 성명을 내 “(저희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잘못된 차별적 자세는 당사자분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재판의 존재 의의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드린다”는 담화를 내놓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재판에 관련된 사법행정 사무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타니 아키라 전 도쿄 고등재판소 판사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정에서 이뤄진 재판은 공개재판이라는 헌법상 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위헌이었다고 명백히 인정해야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선 최고재판소가 향후 재심 청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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