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헌법 “전쟁·무력 행사 포기”
자민당 개헌안 “국방군 보유”
자민당 개헌안 “국방군 보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헌법의 모습은 무엇일까. 자민당은 일본이 일으킨 2차대전의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조약 발효 60주년인 2012년 4월 헌법 개정안을 공표한 적이 있다. 이 개헌안을 만든 ‘헌법개정추진본부’에는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등 현 정권 실세들이 망라돼 있다.
개헌안은 일본 언론으로부터도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헌법기념일인 3일 사설에서 “자민당 개헌론의 기반이 되는 헌법개정 초안은 패전으로 강요당한 헌법을 제 손으로 바꾸고 싶다는 ‘전후 레짐 탈각론’이 기조가 되고 있다.(…) 현행 헌법의 토대인 기본적 인권 규정에 손을 대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공익과 공공질서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민당은 <일본국 헌법개정초안 Q&A>에서 현행 헌법에 대해 “일본의 주권이 제한되고 있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헌법에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자위권의 부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9조의 규정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현행 헌법의 평화주의 대신 자민당 개헌안이 강조하고 있는 건 ‘국가와 향토에 대한 자긍심’이다.
헌법 전문에서도 “다시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결의하고, 여기에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선언한다”는 구절 대신 “좋은 전통과 국가를 미래에 영원히 자손들에게 계승”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다시 3조에는 현행 헌법에는 없는 “국가는 히노마루,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 일본 국민은 국기와 국가를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넣었다.
가장 큰 차이는 평화헌법 핵심인 제9조다. 현행 헌법 9조는 1항에서 “전쟁이나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한 뒤, 2항에서 “육해공군 및 그밖의 전력은 갖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개헌안은 “일본의 평화와 독립,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내각총리대신을 최고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을 갖는다”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헌법이 이렇게 개정되면 일본은 국방군이라는 보통의 군대를 갖고 총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언제든 전쟁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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