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나전력은 일본 각 지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일반 가정에 전달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회사는 본사에서 조금 떨어진 도쿄 세타가야구 가미소시가야에 자체 발전소도 운영중이다. 세카가야구 공공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이다. 민나전력 제공
후쿠시마 원전 참사 계기
태양광·풍력 등 활용 늘리려
시민들 생산 전기 고객에 연결
“모두가 만든 전기 함께 쓰자”
생산자 ‘얼굴’ 알 수 있는 전기
종전 비슷한 요금에 공급해 호응
태양광·풍력 등 활용 늘리려
시민들 생산 전기 고객에 연결
“모두가 만든 전기 함께 쓰자”
생산자 ‘얼굴’ 알 수 있는 전기
종전 비슷한 요금에 공급해 호응
“여기가 전력회사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안 보이나요?”(웃음)
지난달 27일 도쿄 교외 주택가인 세타가야구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세타가야 모노즈쿠리 학교’. 이곳에 입주해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문 전력회사 ‘민나전력’을 방문했지만, 거대한 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회사가 입주해 있는 세타가야 모노즈쿠리 학교는 지역의 소규모 기업들이 입주한 창업센터와 문화센터를 섞어 놓은 공간이어서, 민나전력도 아기자기한 문화콘텐츠 관련 회사 또는 공방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회사 업무 공간은 폐교를 개조한 교실이고, 회사 주소도 ‘210호 교실’이라고 되어있다. 발전소에서 전력이 어느 정도나 생산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전자 상황판도 없었다. 하기사카 요시히로 신전력사업 담당자는 “그 점이 바로 민나전력의 재미있는 점”이라며 웃었다.
지난 2011년 3·11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일본에선 태양광·수력·풍력·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여러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 사회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일반 가정에 직접 공급하고 있는 민나전력의 새로운 도전이다. 2012년 5월 설립된 민나전력의 회사이름을 한국어로 표현하면 ‘모두의 전력’이라는 뜻이다. 하기사카 담당자는 “모든 사람이 각자 만든 전기를 모두 함께 사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얼굴이 보이는 발전소’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발전시켰다.
수십년에 걸친 생협과 공정무역의 전통을 축적하고 있는 일본에선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특히 농산물)을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까지 확장하겠다는 게 ‘얼굴이 보이는 발전소’ 모델이다. 그동안은 일본 전국을 10개로 나눠 관리하는 ‘지역 독점’ 체제 아래에서 소비자들이 선택권 없이 전력을 수동적으로 받아 사용해 왔지만, 이젠 소비자들이 “내가 사용할 전기를 어디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한 뒤 소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민나전력의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4월 전력 자율화 대상을 일반가정에까지 확장했기 때문이다. 민나전력이 공급하는 전력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다. 첫째는 민나전력이 직접 생산하는 세타가야 가미소시가야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력이다. 이는 전체 회사가 공급하는 전력의 15% 정도만 차지한다. 나머지 55%는 치바·시즈오카·도쿄 하치오지시 등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만든 전기를 사들여 각 가정에 공급하는 중계 업무다. 나머지 30%는 태양광 패널이 가동되지 않는 시간에 대비해 도쿄전력에서 공급받는 기저부하 전력이다.
이 가운데 하지오지시 발전소는 ‘이소누마 우유목장’이 축사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기를 만든다. 또 시즈오카의 누마즈시에 자리한 ‘시즈오카시민공동발전 5호기’는 무·배추 등을 기르는 가정농원의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같은 무공해 소형 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민나전력에 신청해 특정 발전소를 지목하면 그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도쿄전력의 설비를 이용해 송전하기 때문에 화력발전 등을 이용해 만든 전기가 섞이게 된다. 농산물처럼 정확하게 특정 발전소의 전기가 100% 배달되는 건 아니지만, ‘개념있는 소비’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산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다. 민나전력은 현재 70% 정도인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장기적으로는 소형수력과 바이오매스 등을 도입해 100%까지 늘일 계획이다.
다만 요금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나전력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1㎾h 사용에 23.8엔(258원)이란 균일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 사용량이 120㎾h 이하일 경우 도쿄전력의 구간 요금(19.43엔)보단 비싸지만 그 이상일 경우엔 싸진다. 민나전력에선 “전기료를 월 8000엔(8만6652원) 이하로 쓰는 가정에선 우리 회사로 갈아타면 전기료가 다소 오르지만, 전기료를 1만엔(10만8316원) 가량 내는 가정이라면 오히려 전기료가 싸진다”고 말했다.
민나전력의 다케부타 유키 차세대에너지사업부 담당자는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가격보다 ‘얼굴이 보이는’ 안전한 전력을 선호하는 이들이다. 회사에선 가격보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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