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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비핵화’ 방점 찍는 오바마, ‘원폭피해’ 부각 노리는 아베

등록 2016-05-11 19:18수정 2016-05-11 22:11

미국, 사과 아니다 선 긋지만
일본, 대미외교 승리 챙겨

아베 11월 진주만 방문 검토
양국 역사적 앙금 털고
‘글로벌 동맹’ 격상 완성 주목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에 담긴 미-일 구상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에 담긴 미-일 구상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핵 없는 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과 미-일 동맹을 비롯한 국제정세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일본으로서는 올해 자국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활용한 일본 외교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방문의 목적을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해온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인 약속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번 방문이 일본에 대한 ‘사죄’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오바마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때 핵무기를 사용하는 결정을 재고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우리의 공통된 미래에 초점을 맞춘 전향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핵 없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공약에 의해 추동됐고, ‘원폭 피해의 참상을 전한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희석하려는 의도에서 적극 추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재임 중에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게 가능하다면 영광스러운 일이다. 나에겐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히로시마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 외교전문을 보면, 야부나카 미토지 당시 외무차관은 존 루스 주일대사에게 “(히로시마 방문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밝힌 바 있다. 그의 방문이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 외교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7년 동안 미-일 관계엔 커다란 변화가 이뤄졌다.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 때 불거진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고, 미-일 동맹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됐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국을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물론 미국이 원하면 전세계 어디든 달려가 후방지원(병참)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 등을 고려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지난달 11일 히로시마 방문이 현실화됐고, 이에 대해 별다른 비판 의견이 나오지 않자 마침내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이뤄졌다. 오바마의 피폭지 방문에 처음부터 찬성한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대사와 존 케리 국무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피폭지 히로시마에선 “피폭의 실상을 피부로 접해보기 바란다”며 세계 지도자들의 피폭지 방문을 적극 요구해 왔다. 특히, 아베 정권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방문한다면 “임팩트가 클 것”(일본 정부 관계자)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에 주목해왔다. 아베 신조 총리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사죄’라는 말을 입 밖에도 꺼내지 않으며 미국을 의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은 그동안 추진돼온 미-일 동맹의 격상을 마무리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를 활용해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이뤄지면 양국이 서로에게 품고 있는 껄끄러운 역사의 마지막 앙금을 털어낼 수 있게 된다. <뉴욕 타임스>도 이 방문이 전시의 적에서 가장 밀접한 동맹으로 변하는 미-일 관계의 종결부로 기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시작된 미국의 ‘재균형 정책’이 지난해 4월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중간성과를 낸 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방문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일본에는 사과로 인식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폭 피해자들과 오바마 대통령이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돌발 사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히로시마 피폭자인 가지모토 요시코(85)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자의 증언을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방문의 배경으로 오바마의 핵 정책에 초점을 맞추며, 이 방문이 동아시아에 줄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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