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도쿄지방재판소 앞에서 일본의 우익 인사인 사쿠라이 마코토(44)가 야스쿠니신사의 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전창한(28)씨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번이고 외치겠다. 전창한이라는 테러리스트를 극형에 처하라!”
“이게 헤이트 스피치(인종혐오 집회)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나와 봐라!”
14일 오후 1시, 일본의 주요 행정기관이 밀집해 있는 도쿄 가스미가세키. 전날 내린 비에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도심의 정적은 일본 우익들의 날카로운 확성기 소리에 깨지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도쿄 야스쿠니신사 내 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해 터뜨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한국인 전창한(28)씨의 첫 공판에 맞춰 10여명의 일본 우익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를 결성해 일본 내의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해 온 사쿠라이 마코토(44)는 이날 도쿄 지방재판소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 놓고 “전은 ‘자이니치’(재일동포)가 아니라 한국 본국에서 온 한국인이다. 한국은 국가 전체가 나서서 일본에게 테러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인종혐오 집회)다 뭐다 하는 말에 지면 안 된다”라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제정된 뒤 대규모 혐한 집회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일본 우익들이 전씨의 공판을 빌미로 기습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일본 우익들이 동원한 차량엔 “일한단교, 한국분쇄” 등의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 오후 열린 전씨의 첫 공판엔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을 보여주는 듯 방청권을 구하려는 일본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재판소 쪽은 법정 내 소란을 우려한 탓인지 100명 넘는 방청객이 입장할 수 있는 대형 법정 대신 방청석이 17석에 불과한 429호 소형 법정을 배당해 시민들의 입장을 최소화했다.
전씨는 지난해 11월23일 야스쿠니신사의 남문 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해 터뜨린 혐의로 일본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지 2주만에 일본에 입국해 전격 체포됐다. 일본 언론들은 전씨가 “첫번째 사건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해, 이번엔 압력냄비 폭탄을 만들어 야스쿠니신사 본전에서 폭발을 시키려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해 왔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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