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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마스조에 일본 도쿄도 지사, 자민당 버림을 받다

등록 2016-06-15 16:53수정 2016-06-15 20:36

정치자금 사적 유용으로 도쿄 도민들 공분 사
도쿄올림픽 유치 명분 내세웠지만 결국 사임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앞둔 자민당도 불신임
“지사님, 한 말씀만 해주시죠!”

“자민당으로부터도 불신임안이 제출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5일 오전 9시20분 도쿄 신주쿠구 도쿄도 청사. 굳은 표정을 한 마스조에 요이치(67) 도쿄도 지사가 1층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재빨리 건물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윽고 오전 10시께 마스조에 지사가 “21일 사직한다”는 내용의 에이(A)4 한쪽짜리 사직서를 가와이 시게오 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한달여 동안 일본 정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마스조에 사태’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그동안 마스조에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전처로부터 ‘쫀쫀한 남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언급하기도 창피한 소소하고 쫀쫀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불거진 의혹으론 2013년과 2014년 1월에 지바현의 한 호텔에 가족들과 숙박하며 쓴 숙박비 37만엔, 2013년 5월 자택 근처의 ‘튀김 가게’에서 결제한 1만8000엔 등을 사비가 아닌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는 내용 등이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런 의혹에 “호텔에서 가족과 묵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실 관계자들과 회의도 했다”는 등의 어이없는 설명으로 일관하며 도쿄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

도지사직에 대한 마스조에 지사의 집착은 상당했다. 그는 사임 전날인 14일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언론 취재에 시달려 울며 돌아온다. 그만둬야 하지만, 도정을 혼란에 빠뜨릴 순 없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내가 사직하든가 도의회를 해산하는 길 밖에 없다. 리우 올림픽 직전이니 (내 사임이) 국익을 따져 볼 때 좋지 않는 일이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도지사직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올림픽기를 전달 받을 예정이었다.

결국 장기화된 사태를 정리한 것은 2014년 2월 도지사 선거에서 마스조에 지사의 당선을 도왔던 자민당이었다. ‘마스조에 변수’를 안은 채 아베 신조 총리의 필생의 과업인 개헌 여부가 달린 7월10일 참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마스조에 지사의 13일 도의회 설명 내용을 보며 “마스조에로는 더 이상 곤란하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전했다. 또 자민당의 한 간부는 이 신문에 “마스조에 지사를 계속 감싸면 (7월10일) 참의원 선거의 접전 지역에서 승패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만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자민당 도쿄도당은 15일 새벽 다른 야당들과 보조를 맞춰 마스조에 도지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마스조에 지사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이날 도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불신임안이 통과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포스트 마스조에’에 관한 하마평 기사를 발 빠르게 쏟아냈다. <마이니치신문>은 제1야당인 민진당에선 여성으로 카리스마적인 존재감이 있는 렌호(48) 의원(참의원), <산케이신문>은 자민당에선 같은 여성으로 방위상을 지난 고이케 사유리(63)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 도지사 선거는 7월31일 또는 8월7일께 치러질 전망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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