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오키나와인 6만5000여명이 오키나와의 중심도시 나하의 오노야마공원에서 진행된 오키나와 현민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말 미 해병대 출신 군무원에게 살해당한 오키나와 여성을 추모하기 위한 이날 현민대회에서 오키나와인들은 미국 정부의 사죄와 완전한 보상, 오키나와 미 해병대 철수와 미군 기지 대폭 축소, 미-일 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오키나와/AP 연합뉴스
6만5000여명의 오키나와인들이 모여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철수”를 요구한 19일 ‘현민대회’ 취재를 끝내고 20일 아침 나하 공항으로 향했다. 일본 언론들은 전날 집회를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궁금해 지역지인 <류큐신보>와 전국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집어 들었다. 차이가 컸다.
<류큐신보>는 지면에서 울고 있었다. ‘분노와 슬픔, 이제는 한계’라는 큰 제목 아래 전날 집회를 8개면에 걸쳐 다뤘다.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는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근본적 개정, 미 해병대 철수를 위한 “불퇴전의 결의”를 밝히며 피를 토하고 있었고, 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닛케이>는 2면에서 ‘(일본 정부가 지위협정을) 개정하지 않는 방식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뉴스를 무미건조하게 다뤘다. ‘우치난츄’(오키나와어로 오키나와인이라는 뜻)에겐 인간의 존엄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가 ‘야마톤츄’(본토인)에겐 적절히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여러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요나구니(일본 최서단의 섬)가 중국에 점령당한다면 일본이 진심으로 중국과 전쟁을 할까요?” 지난 17일 오키나와에서 얼굴을 마주한 독립 언론인 야라 도모히로가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다. 대답을 망설이자, 그는 “아마 자를 겁니다(포기한다는 뜻). 예전부터 그랬죠”라고 말했다.
20만명이 희생된 오키나와 전쟁은 일본이 연합군에게 ‘천황제’를 보장받기 위해 일전을 불사하다 발생한 비극이다. 일본 국토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74.4%의 주일미군이 집중해 있는 것도 애초 본토에 있던 미군기지들이 반대 운동을 이기지 못하고 오키나와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가 말하듯 일본에는 오키나와에 희생을 강요해 온 어떤 비극적인 구조가 존재한다. 결국 오키나와인들은 ‘해병대 철수’라는 구호를 통해 내 운명과 삶을 나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