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선 핵심 쟁점인 ‘개헌’ 외에도 일본 정치를 뒤흔든 크고 작은 정치 드라마가 명멸했다.
오키나와에 집중된 미군 기지 부담 문제로 본토와 대립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선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인 시미지리 아이코(51) 오키나와·북방 문제 담당상이 야권 단일후보인 이하 요이치(64) 전 기노완 시장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로써 오키나와에선 중의원 4석, 참의원 2석 등 모두 6석의 지역구 의석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시마지리 의원은 패배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신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정권에서 현직 각료가 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변이 일어난 곳은 오키나와 뿐만이 아니었다. 3·11 원전 참사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에서도 이와키 미쓰히데(66) 법무상이 야권 단일후보에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문제와 원자력 정책에 대한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 민진당 대표의 대리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에에선 오카다 대표가 신승을 거뒀다. 오카다 대표는 “고향인 미에에서 패배한다면 9월 민진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미에의 승부에 배수진을 친 상태였다. 아베 총리도 오카다 대표의 고향인 욧카이치시의 상점가를 직접 돌며 오카다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42만여표 대 40여만표로 오카다 대표의 신승이었다. 야당 단일후보가 나선 32개의 1인 선거구의 최종 결과는 자민당 21승, 민진당 등 야당 11승이었다.
한국 관련 현안에 힘을 써 온 의원들도 대체로 의석을 지켰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 제정에 앞장섰던 아리타 요시후(64·민진당) 의원과 한국계인 하쿠 신쿤(57·〃) 의원은 각각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민당과 함께 일본 정치를 양분해 온 사민당(옛 사회당)의 요시다 다다토모(60) 대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사민당 의석은 중·참의원을 합쳐 4석으로 줄어 정당의 구성 요건인 5석을 밑돌게 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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