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것은 모친의 뛰어난 노력 덕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혁명의 후계가자 된 것은) 모친(고영희)의 뛰어난 노력과 공적 덕분이다.”
2011년 말 숨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언인 ‘10·8 유훈’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친인 고영희의 공적이 한 단락에 걸쳐 언급되는 등 이례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지기 직전 당 간부들에게 전한 담화인 ‘10·8 유훈’이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지난해 8월 펴낸 <김정일선집 증보판 25권> 안에 12쪽 분량으로 소개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10·8 유훈이란 김 위원장이 숨지기 두 달 전인 2011년 10월8일과 숨지기 이틀 전인 12월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당 중앙위원회의 간부들에게 전한 담화를 모은 문서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친인 고영희는 북한에서 낮은 신분으로 취급되는 재일동포 출신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 등으로 높여 부르다가 이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북한의 실권을 잡은 뒤인 2012년 이후 다시 <노동신문> 등에 ‘평양의 어머님’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언에 고영희가 한 단락에 걸쳐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이 유훈을 김정은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해 왔다. 실제, 유훈에는 김 국방위원장이 “인민군은 김정은 동지의 명령 하나에 전군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엄격한 명령지휘체계와 혁명적 군풍을 철저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학 교수(북한정치)는 인터뷰에서 이 문서에 대해 북한이 “후계자의 정통성을 어떻게 담보하려 했는지, 그 논리를 해명하는데 기여하는 제1급 자료”라고 평가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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