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동시에 개막한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AMM)와 아세안 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두번째)이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오른쪽 두번째)와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맨 왼쪽) 등 참석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엔티안/EPA 연합뉴스
아세안(ASEAN)을 무대로 치러진 미-중간의 외교 전초전이 중국의 우세로 종료됐다. 26일 시작되는 ‘본 대결’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국을 어떻게 압박해 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아세안 10개국은 24일부터 이틀간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49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회의 둘째날인 25일 오후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세안은 이 문서에서 중국과 회원국인 필리핀 등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대해 “현 (남중국해에서) 진행중인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는 (국가간) 신뢰와 믿음을 침식하고 긴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의 평화와 안전과 안정을 약화한다”는 인식을 밝혔다.
그러나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토 주장을 전면부정한 지난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국제법에 따른 평화로운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미-중 등 주변국들이 대거 참여해 26일 개회하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을 앞두고 중국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모양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재재판소 판결에서 패소하자 이 결정에 대해 “종이 쓰레기”라며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무인도의 영유권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같은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도 남중국해 문제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내륙 국가인 캄보디아·라오스 등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대중국 비판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안 사이의 이견은 24일부터 불거졌다. 이날 필리핀, 베트남은 물론 인도네시아까지 공동성명에 중국에게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라’는 내용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캄보디아가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성명은 중국에 대한 직접 비판을 피한 채 ‘대화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는 쪽으로 결론짓고 말았다. 아세안의 의사 결정은 전원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지난 2012년에도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 사이의 의견 대립으로 공동성명 발표에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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