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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평범했던 아이, 믿어지지 않아”

등록 2016-07-26 13:53수정 2016-07-26 16:15

지역 주민들이 증언하는 우에마쓰 사토시는
어릴 적 교사되길 꿈꿨지만 꿈 좌절 이후 시설 취직
2월 퇴직 이후 다섯달 만에 근무처 찾아가 ’묻지마 살인’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 20대 남자가 침입해 수용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최소 15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건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과 경찰. 사가미하라/AP 연합뉴스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 20대 남자가 침입해 수용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최소 15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건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과 경찰. 사가미하라/AP 연합뉴스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였어요.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 웃으며 받아주고.”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예요. 대학 때 ‘나도 선생님이 되겠다’며 교생 실습을 가기도 했습니다.”

26일 새벽, 20대 젊은이가 자신이 일하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칼을 휘둘러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앞에서 일본 열도가 할 말을 잊었다. 일본 언론들은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이며, 사고 현장과 용의자의 자택 부근 등을 중계차로 연결하는 등 실시간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는 주민들의 증언을 모아 보면, 이번 참사를 일으킨 우에마쓰 사토시(26)는 주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성실하고 평범한 청년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이런 일을 저지를 아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에마쓰의 마음에 수십명의 인명을 살해할 만한 ’증오’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단서가 되는 것은 대학생 시절 그가 “교사인 부친을 본받아 교직을 꿈꿨다”는 주민들의 증언이다. 한 주민은 <아사히테레비>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다닐 때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버지처럼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에서 떨어져 결국 교사 면허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지 못한 우에마쓰는 집 750m 정도 떨어진 장소에 위치한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시설인 ‘쓰구이 야마유리원’에 취직했다. 사가미하라시의 발표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2월 이 시설의 비정규직 직원이 됐고, 2013년 4월 정규직이 됐다.

우에마쓰는 3년 넘게 근무했던 이 시설에서 지난 2월 퇴직한다. 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가나가와 공동회’가 명확한 퇴직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환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해고됐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일본 언론에 증언하고 있다.

그는 퇴직 과정에서 억울함을 느꼈는지 지난 2월14일과 그 이튿날 중의원 의장의 집으로 찾아가 자신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시설에서 퇴직한 뒤 우에마쓰의 겉 모습엔 예전에 없던 변화가 나타난다. 평소와 달리 갑자기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기 때문에다. 한 지역 주민은 “애가 금발로 염색을 하고 나타나 깜짝 놀랐다. 그게 이달 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 염색을 한 지 채 한달이 못되는 26일 새벽 2시 반께 우에마쓰는 지난 2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던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 수십명의 인명 피해를 불러 온 ‘묻지마 살인’을 일으킨 뒤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저항 능력을 갖추지 못한 환자만을 골라 칼을 휘두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에마쓰가 경찰에 출두할 때 소지하고 있던 가방 안에는 “피 묻은 과도 2개와 식칼 한개가 들어 있었다”고 일본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일본 취재진이 방문한 그의 자택의 커텐은 열린 채였고, 1층 현관의 불은 켜져 있었다. 우에마쓰는 범행 이후 경찰에 출두해 “내가 찌른 게 맞다” “장애인 따위는 없어지는 게 낫다” 등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왜 그랬을까? 이 청년의 가슴에 불을 지른 분노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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