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쿠이 야마유리원' 주변으로 취재진이 모여 있다. 사가미하라/신화 연합뉴스
“칼을 든 남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
26일 새벽 2시45분.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의 장애인 생활시설인 ‘쓰쿠이 야마유리(산백합)원’의 직원이 110번(한국의 112)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 긴급전화를 걸었다. 일본 범죄사에 기록될 참극이었다.
이날 새벽 시설에 침입한 우에마쓰 사토시(26)는 1층 유리창을 망치로 깨고 건물 안으로 침입해 잠들어 있던 장애인들에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이들은 침대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는 등 아비규환이었다. 입주 환자들의 가족 부대표인 나카쓰카 기요시(73)는 취재진에게 “건물 입구, 복도, 바닥 등에 피가 묻어 있다”고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이날 범행으로 19명이 숨지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찰은 범행 직후 자진 출두한 우에마쓰가 “장애인 따위는 없어지는 게 좋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우에마쓰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여 동안 이 시설에서 근무했으며, 퇴직 직전 “중증 장애인은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권고 사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는 2월15일 중의원(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는 장애자 470명을 말살할 수 있다. 보호자들의 지친 표정과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기 없는 눈동자. 일본과 세계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내 목표는 중복 장애자들(2가지 이상의 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이 가정 내 생활과 사회적 활동이 매우 곤란한 경우엔 보호자 동의를 얻어 안락사를 시킬 수 있는 세계다”라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이날 부상자가 이송된 도쿄의과대학 하치오지의료센터의 아라이 다카오 구명구급센터장은 “부상자들이 주로 목에 상처를 입었고, 얼굴이나 가슴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강한 살해 의도를 갖고 목을 노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에마쓰는 범행 전 먼저 현장에 있던 시설 직원들을 끈으로 묶어 제압한 뒤 범행을 저질렀으며, 특히 직원들은 해치지 않고 오직 장애인들에게만 칼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사회는 사건을 일으킨 우에마쓰가 평범한 20대 청년인데다 사회의 최약자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에 빠져 있다. 희생자 수로만 계산하면 이번 사건은 종전 이후 최대 살인사건으로 기록된다. 지금까지는 1995년 3월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뿌려 13명을 숨지게 한 옴진리교 사건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숨진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 앞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정부로서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