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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교사 꿈꾸며 아이 좋아했던 청년이 왜 집단살해범이 되었을까?

등록 2016-07-26 17:18수정 2016-07-26 22:14

주민들은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증언
중의원에 보낸 편지엔 장애인 살해 의사 밝혀
범행 넉달 전엔 정신병 진단으로 열흘 정도 입원하기도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20대 남자가 침입해 수용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9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건 후 경찰에 자수한 우에마쓰 사토시(26·무직)의 트위터 화면. 그는 사건 발생 직후인 이날 오전 2시50분께 트위터에 “세계가 평화로와 지기를! 뷰티풀 재팬(beautiful Japan)!!"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도쿄/연합뉴스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20대 남자가 침입해 수용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9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건 후 경찰에 자수한 우에마쓰 사토시(26·무직)의 트위터 화면. 그는 사건 발생 직후인 이날 오전 2시50분께 트위터에 “세계가 평화로와 지기를! 뷰티풀 재팬(beautiful Japan)!!"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도쿄/연합뉴스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였어요. 꼬박꼬박 인사도 잘하고.”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대학 때 ‘나도 선생님이 되겠다’며 교생 실습을 가기도 했습니다.”

26일 새벽 20대 젊은이가 자신이 일하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칼을 휘둘러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앞에서 일본열도가 할 말을 잊었다. 일본 언론들은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이며, 사고 현장과 용의자의 집 부근 등을 중계차로 연결해 관련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범행을 저지른 우에마쓰 사토시(26)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실하고 평범한 청년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어린이를 좋아해 우리 아이와도 잘 놀았다”,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에마쓰의 마음에 수십명의 인명을 살해할 만한 ‘증오’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시절 그는 “교사인 부친을 본받아 교직을 꿈꿨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한 주민은 <아사히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처럼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에 떨어져 결국 교사 자격을 따지 못했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우에마쓰는 집 근처의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인 ‘쓰쿠이 야마유리(산백합)원’에 취직했다. 사가미하라시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2월 이 시설의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됐고, 2013년 4월 정규직이 됐다.

일본 장애인시설 난동사건 개요
일본 장애인시설 난동사건 개요
우에마쓰는 3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2월 퇴직한다. 우에마쓰의 증오가 언제 싹텄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2월14일 도쿄의 중의원 의장 공관으로 찾아가 “(장애인 시설에 살고 있는) 입소자들을 말살하겠다”는 편지를 전달했고, 2월18일엔 근무 도중 동료에게 “중증 장애인은 살아도 소용이 없다. 안락사를 시키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정신과 진찰을 받은 뒤 ‘대마 양성’ 반응과 ‘망상성 장애’ 등의 진단이 나타나 3월2일까지 ‘강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우에마쓰는 이후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 주민은 “금발 머리를 하고 나타나 깜짝 놀랐다. 이달 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26일 새벽 2시30분께 자신이 일했던 시설에 침입해 수십명의 장애인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일본 언론은 “저항 능력을 갖추지 못한 환자들을 골라 공격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극악 범죄”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우에마쓰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일을 그만두게 돼 억울했다”, “장애인 따위는 없어지는 게 낫다”, “녀석을 해치웠다” 등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녀석을 해치웠다’는 증언에 대해 그가 ‘특정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지, ‘불특정 다수’를 ‘녀석’으로 부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몰려든 우에마쓰의 집은 2층짜리 낡은 단독주택이었다. 1층 커튼은 반쯤 열린 채였고 현관 불이 켜져 있었다.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사는 생활이었다. 창문을 통해 엿본 집 안엔 정리되지 않은 이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그의 부친은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미안하다. 좀 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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